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 대중의 눈높이에서, 캐릭터가 매력있다

까칠부 2018. 7. 17. 01:07

솔직히 마무리는 조금 촌스러웠다. 민용준의 실체를 드러내는 장면이라든가 성공충이 몰락하는 모습이라든가, 무엇보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평결회의는 마치 일본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마지막에는 교훈과 감동을 줘야만 한다.

 

그래도 의미는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토론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서로의 의견에 대해 반론하고 반박하는 것을 상대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 좋게좋게 싸우지 말고 아무일 없도록,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물며 징역 20년이면 아예 감옥에서 죽으란 소린데 그런 판결을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성급하게 내리려 한다. 안타깝게도 임바른이 감탄한 대한민국 시민은 바로 전까지 그렇게 가볍게 판결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런 중대한 일에 대해서까지 그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좋은 사람은 일찍 죽는다. 책임이 무언지 아는 사람을 일찌감치 그 책임으로 인해 알아서 나가떨어지고, 책임이 무언지 모를 수록 더 악착같이 붙어 있는다. 조직을 지킨다는 게 그런 의미다. 오로지 양심에 의해 신념을 가지고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거스르는 법 없이 해 오던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려는 사람들일수록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낮다. 그래서 성공충같은 사람이 출세하고 한세상같은 이들은 주변에 머문다. 그나마 수석부장의 결심이 이니었다면 한세상만 스스로 그만두고 끝났을지 모른다. 그러고보면 성공충도 법원에서는 철저히 비주류였다. 어째서 법원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자신들은 낡았다. 어느새 기존의 논리와 방식에 찌들어 더이상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자신들도 그랬을지 모르는 젊은 피들의 무모할 정도의 솔직함과 과감함이 자신들은 할 수 없었던 일들도 가능케 할 것이다. 그것이 미래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그동안 해오던 방식이 아닌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인 것이다. 기존의 판례에 새로운 판례를 더하고 그렇게 조금씩 조직을 세상을 바꿔 나간다. 단지 계기가 필요했을 뿐 누구나 조금씩 그 가능성을 마음에 가지고 있다. 그것이 시대이며 새로운 시대 앞에 자신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리더와 영웅의 차이다. 리더는 자신의 길을 모두의 길로 그 앞에 제시한다. 영웅은 각자의 길이지만 모두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한다. 원래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소 일방적으로 전해주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수석부장이나 한세상은 선배이자 리더고 박차오름은 경직된 법원문화를 바꾸는 영웅적인 존재인 것이다. 물론 그 단서는 이미 법원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감히 기존의 질서를 거스를 용기와 계기다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박차오름의 존재가 마침내 선배들마저 부끄럽게 만든다. 법원을 바꾼다.

 

법원의 문제가 무엇인가. 법원을 둘러싼 환경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는가. 사실 본격적인 질문도 그에 대힌 구체적인 해답도 무엇 하나 속시원히 보여 준 것은 없다. 그래도 임바른의 독백처럼 누군가 먼저 물었다는 시작이 중요한 것이다.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만 있다면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바뀌게 된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진짜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그랬듯 시민이며 대중인 시청자들에게 맡긴다. 그래서 이대로 괜찮은가. 이대로 아무 문제도 없는가.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내가 그 처지라면. 내가 피해자, 혹은 피고인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 하지만 법이란 보편적인 것이다. 때로 대중의 일반적 인식과 감정도 거스를 수 있다. 나도 너도 누구도 아닌 객관이다. 하지만 너무 어렵고 뜬구름잡는 이야기다. 원래 임바른의 포지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으로 사람을 재판한다. 상압드라마로서 왕도라 할 수 있다. 머리는 동의하지 못해도 마음은 그리 이끌린다. 쥐어짠 감동도 감동인 이유는 그 안에 사람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본다. 마지막 국민참여재판은 처음부터 뻔했음에도 그래서 통쾌했다. 뿌듯했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개성있고 매력있다. 오히려 어디선가 보았을 것 같은 정의감넘치는 박차오름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임바른이나 이상적인 어른이자 선배인 한세상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캐릭터가 인상적이면 평밤한 사건도 특별해진다. 재미있었다. 어찌되었거나 보는 즐거운이 있었다. 김명수의 발견이 즐겁다.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 매력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