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 마침내 마주하는 두 형제, 그리고 잔인한 진실

까칠부 2018. 8. 23. 06:58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모니터 너머로. 정체를 감춘 서로를 형제이기에 더 강하게 느낀다. 자기가 되어 있는 동생을. 자기를 대신 앞세운 채 뒤에 숨은 형을. 형이 저지른 부끄러운 잘못을. 그리고 그런 잘못을 저지르게 만든 동생을. 그리고 한수호를 향한 악의는 한수호의 어머니에게까지 미치려 한다.


그러니까 자식 하나 판사 만들고 뽕을 뽑으려 한 부모가 문제라는 것이다. 온 집안이 달려들어 판검사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심지어 희생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결국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들이다. 적은 액수야 당연히 아니겠지만 그렇게까지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고 그 결과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법부의 문제들인 것이다.


변호사야 처음부터 돈벌자고 하는 일이니 뭐라 하는 자체가 우스운 것이다. 그런데 검사가. 그런데 판사가. 이 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하는 그들이 오로지 돈과 권력을 위해서만 노력하고 봉사한다. 그것이 부모의 영광이고 집안의 명예일 테니까. 그렇게 보다 권력에 가까이, 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만이 자기가 법관이 된 이유이자 목적이었을 테니까. 자기는 그러지 않으려 해도 주위가 그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한강호가 친 사고로 인해 선산을 팔고자 했던 어머니처럼.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일 그 돈을 판사인 한수호가 어떻게 마련했을지 어머니는 어째서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일까.


하필 그토록 싫은 한강호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강호 입에서 먹고 살기 위해 판사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자기의 부끄러움을 가장 싫은 한강호의 입을 통해 듣고 만다. 자기가 지키고자 했던 신념을, 양심을, 자존심을 새삼 일깨우고 만다. 그리고 역시나 미운 한수호였기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 한수호의 치부에 한강호 역시 누구보다 강한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알까? 그 모든 일들의 원흉이 한강호 자신이었다는 것을. 한수호를 노리는 그들도 이제 어머니를 통해 한강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한강호와 한수호가 서로를 찾고 한수호를 노리는 이들은 한강호마저 노리려 한다.


자기들같이 나쁜 놈들은 절대 누군가를 사랑해서는 안된다. 자기들에게는 그럴 자격조차 없다. 이미 한강호 자신이 느끼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송소은 앞에 당당히 나서지도 못했다. 지금 그는 한강호가 아닌 한수호의 이름으로 그녀 앞에 있다. 송소은이 호감을 느끼는 것은 눈앞의 한강호지만, 그러나 그것은 판사인 한수호의 이름을 쓰고 있는 한강호일 것이다. 비로소 누군가를 실망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깨닫게 된다. 그런 삶을 산 자신에 대한 후회와 원망을 가지게 된다. 송소은의 고백같은 말조차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한강호는 내몰려 있다. 하필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 여기는 한수호의 치부를 알게 되었을 때 그가 느낀 감정은 더 큰 원망과 분노였을까, 아니면 결국 그것 밖에 안되는 인간이라는 통쾌함이었을까.


과거의 진실이 밝혀진다. 송소은 언니의 경우와 같다. 그는 침묵했다. 당시는 고의가 아니었지만 한강호의 경우는 모르겠다. 한수호가 한강호를 망가뜨리고 한강호가 한수호를 망친다. 형제라기에는 차라리 악연이다. 강하게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솔직해질 수 없다. 그들은 또 어떤 진실과 다시 마주하게 될까.


확실히 윤시윤이 주연답게 약간 불안하기는 하지만 힘을 가지고 드라마를 끌어가고 있다. 이유영의 존재감도 확실하다. 선과 악, 빛과 그림자,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의 상식과 저들만의 정의가 대비된다. 한강호나 송소은이나 저들의 규준과 정의에 한참 어긋나는 존재다. 여전히 드라마를 보게 되는 이유다. 저들은 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