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 모이는 이완익에 대한 악의, 그리고 시대와 운명의 잔혹함

까칠부 2018. 8. 20. 06:54

대의란 개인의 사정과 무관하기에 대의라 불리는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도 대한제국의 병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었다. 유진 초이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선교사였지만, 고애신에게는 목숨같은 사랑이었지만 그러나 대한제국이라는 거대한 운명 앞에 쉽게 버리고 외면하고 심지어 죽일 수 있는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운명 앞에 고애신은 유진 초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이완익과 구동매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다. 전부터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이완익이 구동매를 노리면서 구동매에게도 이완익을 노려야 할 이유가 생긴다. 구동매를 구하고자 애썼던 히나나 그를 마침내 경성부 감옥에서 구해낸 유진 모두 이완익과 맞서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 이완익이 하필 고애신의 할아저비인 고사홍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구동매가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고애신 부모의 동지였다가 배신하고 이완익의 수족이 된 김영주가 고애신에게 그녀의 원수가 누구인가 가르쳐주려 한다 다짐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고사홍의 집 주위를 맴돌던 이유였는지 모른다. 누구보다 간절한 이유가 고애신에게 생기려 한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것인가 궁금했었다. 이완익은 죽는다. 역사의 이완용은 살아났지만 드라마의 이완익은 너무 죽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제국과 자신의 운명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대한제국의 운명을 위해 유진 초이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사랑을 위해 유진 초이를 지킬 것인가. 유진을 결심했다. 설사 고애신의 총에 자기가 죽더라도 결코 그 총알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오로지 고애신에게 걸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스포일러일지 모르겠다. 어떻게 대한제국이라는 비극의 운명 속에서 고애신과 유진 초이 두 사람의 운명이 이어질 것인가.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가 있다. 아니 아예 국민을 지키려 않는 국가가 있다. 원망을 품고 국민은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의 국민이기를 선택한다. 사실 그런 점에서 이완익을 매국노라 부르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매우 억울한 일일 지 모른다. 그는 일본인이었다. 조선의 백성이 아닌 일본제국의 신민이었다. 조선에 대한 원망을 품고 등돌린 순간 조선은 이미 그의 나라가 아니었다. 그렇게 노비이던 유진은 미국의 군인이 되어 돌아왔고, 백정이던 구동매는 일본의 낭인이 되어 조선인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대한제국은 다시 고애신에게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빼앗으라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매우 위태로운 순간이다. 그래서 과연 고애신은 자신의 조국인 대한제국을 배신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제국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고애신을 배신자로 간주할 것이다.


김희성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온다. 더이상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채로 그저 아무일 없이 지낼 수만 없다. 역사가 흐르고 있다. 시대가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주변사람들마저 그 역사에 휘말여 자신의 삶을 잃어가고 있다. 고사홍으로부터 고애신을 부탁받았다. 김희성 자신도 이미 고애신을 마음에 품고 있던 터다. 그 고애신을 휩쓸어가려는 운명을 김희성은 과연 손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마침 아버지의 수완으로 이완익과 안면을 트고, 이완익 역시 김희성이 상속하게 될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참으로 공교롭다. 하필 이완익을 목표로 한 사람들이 김희성의 주변으로도 모인다.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이름없는 의병들과 그로 인해 이름없이 스러져야 하는 이들과 그런 가운데 선택을 강요당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왕이 있고 그 왕에 충성하는 신하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오로지 사랑하고 싶어하는 연인들이 있다. 단지 만나고 싶어서. 함께 있고 싶어서. 거대한 운명은 개인의 선의와는 상관없고 그런 사랑 또한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휩쓸리며 부딪힌다. 운명은 잔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