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리 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달착하게 들러붙는 시판막걸리의 맛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걸리를 고를 때 기준이 감미료를 얼마나 썼는가이기도 하다. 될 수 있으면 첨가물도 없고 살균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거의 드무니까.
오래전 시골서 마셨던 쿰쿰하고 텁텁한 막걸리의 맛을 기억한다. 원래 막걸리란 그런 맛이었을 텐데. 하지만 사실 당시 마셨던 시골막걸리들도 대부분 일본식 입국으로 만들어진 술이었다. 당연히 막걸리란 누룩을 써서 빚는 술이다. 그러나 누룩으로 막걸리를 빚으려면 여러가지로 비용도 손이 많이 드니까.
며칠 전부터 뜨겁던 황교익 백종원의 막걸리 논란이 끝을 보이는 듯하다. 그런 남 디스하는 논쟁에는 원래 잘 끼어들지 않는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아무튼 그 끝을 가만 살펴보니 아, 전통의 누룩식 막걸리는 더이상 만들어서는 안되는 도태된 기술에 지나지 않구나.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입국식 막걸리가 막걸리의 미래로구나.
누룩으로 전통막걸리를 빚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해 보려 했던 창업자는 비웃음거리가 되고, 더불어 누룩이란 뒤떨어진 도태되어야 할 방식으로 치부된다. 대중이 선호하니 옳다. 대중이 선호하니 모두 그를 따라가야 한다. 아마 알겠지만 내가 딱 싫어하는 논리다. 나부터 남들 다 하는 소리는 무지 싫어하니.
황교익이 어쩌고 백종원이 어쩌고를 떠나 입맛이 쓴 결론일 것이다. 결국 막걸리에는 일본식 입국과 감미료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것이 당연하고 심지어 정의로운 것일까. 그 방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그 방식을 권유했다는 이유로 찬양받는다. 미디어의 문제인지. 막걸리 먹기가 더 싫어진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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