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뻔히 보이는 길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의심한다.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일까? 혹시나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쉬우니까. 너무 뻔히 보이니까. 그러니까 진짜 길은 어디 안 보이는 곳에 꽁꽁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한 편으로 그래서 심리적인 허점이 진짜 길을 지나치게 만들기도 한다.
과연 국정원장 심우철이 김본이 쫓고 있는 국정원내 배신자였을까? 권영실도 의심스러운데 너무 의심스러워서 오히려 의심을 거두게 된다. 과연 심우철에게 진용태의 생존과 신병확보 사실을 전한 유지연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게 될 것인가. 진용태를 김본이 지키고 있다는 사실까지 말해 버렸다.
어째서 킹캐슬이었을까. 인위적으로 변형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바로 킹캐슬 주변 성전초등학교에서 살포되러 한다. 테러다. 하필 테러와 관련된 단어인 코르스가 아파트 주민 봉선아 남편을 스카웃하려던 외국계기업 임원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남편은 테러가 일어나는 그날 아내와 딸에게 집에서 가만히 쉬고 있으라 냉정히 말하고 있었다. 역시나 그런 와중에도 봉선아의 남편에 대한 의심이 테러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 점이 드라마답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영실이 고애린과 킹스백을 감시하기 위해 배치한 국정원 요원들마저 아파트 주민들의 KIS의 감시망에 낱낱이 노출되고 결국 철수하고 만다. 국정원도 찾지 못한 김본과 배후의 비밀조직마저 확보하지 못한 진용태의 행방이 역시나 KIS에 의해 고애린과 유지연에게 전해진다. 참 세상 쉽다. 아니 세상 어렵다. 한 나라의 정보를 모두 쥐고 있는 국정원과 배후에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조직마저 최소한 킹캐슬 주변에 한정해서는 KIS가 한참 뛰어넘는다. 오히려 고애린이 유지연보다 더 국정원직원같다. 정확하고 강단있고 중요한 정보들을 물어온다. 설마 고애린의 숨겨진 신분 같은 것이 반전이랍시도 나오는 것은 아닐까?
진용태가 찾고 있는 USB 역시 고애린의 두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다. 불안하다. USB가 그렇게 안정적이고 내구성이 강한 물건이 아니다. 저렇게 아무렇게나 굴리다가 데이터가 날아가 버리면 어쩌려는 것일까? 하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 출혈량을 예상해서 죽었을 것이라 보고하는 것에서부터 개연성은 물건너 간 것이라 할 수 있다. 허술하다. 아주 너무 무진장 허술하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재미가 그런 허술함마저 잠시 눈감게 만든다. 어찌되었거나 드라마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진용태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도 출산을 마친 산모로서다. 아이의 아빠는 김본이다. 그냥 단지 상황일 뿐인데 그마저도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나머지는 사족이다. 김본과 고애린의 대화나, 김본의 생일선물을 고르는 유지연의 모습이나, 진용태의 과거에 대한 고백이나. 아니 진용태의 고백은 중요하다. 진용태가 다시 이쪽으로 넘어오게 되는 당위다. 원래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선량한 사람이 잠시 악에 물들었을 뿐이다. 아예 악인이 선의 편에서 함께하는 것을 대부분 시청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원래 선했으니 잠시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선으로 돌아온다.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테러다. 그 테러를 막기 위해 김본이 달려간다. 유지연과 라도우가 움직인다. 당연히 배후의 조직과도 정면으로 부딪힌다. 조직의 실체가 어렴풋이나마 밝혀졌다. 국제적인 규모의 아주 큰 조직의 일부다. 과연 김본은 복수를, 그리고 명예회복에도 성공할 것인가. 그리고 진짜 국정원 안의 배신자의 정체는 누구일 것인가? 고애린은 또 어떤 아줌마스러움으로 그런 그들의 싸움에 도움을 줄 것인가.
대수롭지 않은 것도 심각하게 만든다. 심각한 것도 대수롭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빛과 어둠이, 밝은 세계와 가려진 세계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우위는 당연히 밝게 드러난 빛의 세계다. 그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 당연함이 드라마의 최대 매력이다. 재미있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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