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 너무 뻔해서 오히려 아니라 여겼던 심리의 허점을 역으로 치고 들어왔다. 이걸 교묘하다고 해야 하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안이람이라 해야 하려나. 아무리 그래도 권영실이라니.
그런데 한 편으로 권영실 혼자가 아닐 것이란 생각도 든다. 실제 권영실 혼자였다면 김본이 저처럼 자기발로 찾아와서 자기가 탄 차량이 폭파되도록 마음놓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상상을 뛰어넘는 작가의 안이함이라면 할 말이 없다. 원래 그런 것 보자는 드라마는 아니었을 터다.
학교에서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장면은 효율적으로 잘 찍었다. 실제 연기한 배우는 몇 되지 않는다. 촬영 역시 학교에서도 일부 공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적절한 장면구성과 연출로 긴박감을 제대로 살렸다. 지나고 보면 뭐였는가 싶은데 당시는 당장이라도 테러가 성공할 것처럼 긴장감마저 든다. 역시나 뻔한 연출이지만 그만큼 그동안 검증된 확실한 길을 찾은 것이다. 테러범의 아내라 여겼던 봉선미에 대한 설정정리 역시 약간 어거지스런 점이 있기는 하지만 깔끔하다. 그래서 테러범에게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했던 것이구나.
서로를 위로하며 사소한 비밀들을 공유한다. 김상렬이 나왔다는 특전사는 취사병이었고, 심은하가 나왔다는 S대는 다른 S대였다. 봉선미는 이미 한 번 이혼했으며 아이 역시 이혼한 남편의 아이였다. 친정에 돈이 많다. 그러면 고애린의 비밀은 무얼까?
아무튼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라 믿고 싶다. 아무리 국정원이라고 무고한 민간인을 함부로 연행한다. 영장도 없이 연행해서 임의로 조사한다. 하긴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해서 멀쩡한 사람 간첩으로 몰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아마 김본이 누명을 쓰고 쫓기기 조금 전이었을 것이다. 그런 국정원의 요원이었으니 심유철이나 권영실이나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정원은 검찰보다 법원보다 더 위에 있다. 한 때는 검사도 판사도, 아니 지금도 어떤 검사와 판사는 그리 여기고 있을 지 모르겠다.
배후의 조직인 골든클로버의 한국지부가 드디어 김본을 노린다. 김본의 연인을 살해하고 누명을 씌워 쫓기게 만든 그들이 본격적으로 김본을 노리기 시작했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라서 슬픈 점이다. 남은 분량을 헤아려 보면 대충 주인공의 운명이 그려진다. 내일이 마지막회였다면 또 상황은 달라졌을 테지만. 그리고 진짜 싸움은 시작된다. 죽느냐? 죽이느냐? 잡느냐? 잡히느냐? 김본은 어찌되었거나 이번 폭발로 죽은 사람으로 여겨지기 쉬울 것이다. 시체는 어찌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권영실은 아니었다. 조금 더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아니다. 이마저도 함정일지 모르겠다. 진짜 반전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기대를 가져본다. 스릴러의 묘미는 배반이다. 항상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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