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베라와 민족주의 - 팬이 안티다...

까칠부 2009. 8. 25. 00:02

예전 지금은 폐쇄된 내 블로그에 연예인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매우 호의를 가지고 나름대로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려 노력하며 쓴 글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팬들의 빠심을 자극한 것일까? 결국에 그 글은 내가 그 연예인을 싫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원래 그렇다. 차라리 악의로 쓴 글이라면 욕을 하거나 말거나 별 상관이 없다. 까지고 작심한 글이라면 오히려 팬들이 달려들어 욕을 하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다. 그것을 각오하고 쓰는 것이고, 내가 안 좋은 말을 쓰는 만큼 나 또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 가지고 심각하게 상처받고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불쾌하게 하고 뒤끝을 남기는 것은 호의를 가지고 썼을 때다. 나는 호의인데 그것을 오해하고 비난할 때. 처음에는 단순히 당사자에 대한 불편함에서 나중에는 그로 대변되는 연예인 자체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아마 아이돌 팬클럽과 한 바탕 해본 분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리라.

 

같은 사안을 두고도 보는 시각에 따라 그 내용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시점은 같아도 그 표현에 따라 또 받아들이기에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하기도 한다. 과연 그것이 악의였느냐...? 사실 그것은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무어라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러한가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베라의 경우가 그렇다. 베라가 악의를 가지고 한국을 폄하했다고 번역된 부분들... 대충 맥락을 보아하니 그렇게 폄하한 것 같지는 않다. 단지 한국생활에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생경함, 불만 등을 거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 뿐이리라. 여기에 번역상의 오류도 더해지고 하면서 문제가 커진 것이고.

 

생각해 보라. 이미 책이 나왔다. 책이란 활자다. 인터넷처럼 언제고 수정할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니라 한 번 찍어내고 나면 거의 수정이 불가능한 인쇄물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책을 두고 오해라 할 수 있을까? 악의를 가지고 썼는데 미수다에 나와서 자기가 낸 책을 자랑할 수 있을까? 정황이라는 거다.

 

문제는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한국인들의 대응이다. 과연 악의가 아닌 선의로써 그러한 책을 썼다 했을 때 미친 듯 들끓고 날뛰는 한국인을 보며 베라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그런 모습들을 독일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이 보았을 때는 또? 고작해야 표현상의 문제를 가지고 이리 날뛰며 증오를 퍼부어대는 모습들에서. 과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반성할까?

 

"아, 새끼들 진짜 짜증나네. 도대체 인간들이 완전 쥐새끼들 아냐?"

 

요러고 오히려 반감을 가질까?

 

"한국인들은 자기들에 대해 조금만 안 좋은 소리를 하면 미치는구나."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게 한국인의 국수병이구나."

 

외국인들은 그러고 생각하겠지?

 

어느 게 나라망신일까? 젊은 여성 하나가 쓴 책 한 권과 그 여성 하나를 두고 날뛰어대는 한국인과.

 

예전 양반이나 귀족들은 속으로는 열불이 뻗쳐도 앞에서는 성인군자놀이에 최선을 다했었다. 속으로야 전혀 그렇지 않아도, 관대하고, 인자하고, 자상하고, 세심하고, 강직하고, 바른 사람으로 비치기를 바랬다. 그래서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관용을 베푸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던 것이었다.

 

관용은 남 좋자는 것만이 아니다. 관용은 나를 돋보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표현이야 어찌되었든 한국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자기 경험을 책으로 썼을 때, 그것을 관용으로서 지켜보아줄 수 있는 여유야 말로 진정으로 멋스러울 수 있다는 말이다.

 

하여튼 팬이 안티라고... 나는 지금도 그쪽 연예인에 대해서는 - 그리고 그 팬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들도 나름대로 선의가 있겠지. 그러나 일단 내가 당하고 나면 그런 건 다 상관없어지는 터라. 생각들은 하고 살자는 거다. 빠순이빠돌이도 아니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