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미수다 베라 한국폄하... 액자속에 사는 한국사람들...

까칠부 2009. 8. 22. 18:37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한국사람들이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세계란 어떤 세계일까? 그들이 보고 있고 듣고 있고 느끼고 있고 생각하고 있는 세계란? 그들이 지금 현재 살고 있다고 믿는 그 세계란?

 

버라이어티에 대한 어떤 비판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입으로는 항상 리얼을 말하지만, 같은 입으로 또 항상 어떠한 정의된 방향성을 추구하는. 말하자면 그들이 바라는 리얼이란 그들이 믿고 싶은 리얼인 것이다. 그들이 믿고 싶은 바를 리얼인 것처럼 보여주는.

 

어렸을 적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카메라처럼 생겨서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작은 기계가 있었다. 카메라와 같이 작은 구멍에 눈을 맞추면 온통 캄캄한 가운데 색색의 슬라이드가 무척 선명하게 보여지던. 오히려 극장보다 몰입도가 높았던 것은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아마 그런 것 아닐까?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듣고 싶은 것이 있다. 그래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오로지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는다. 온통 캄캄한 가운데 오로지 그것만이 천연색이다.

 

한국사람이 독일에 가도 어렵고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니라 한다. 이것저것 불편하고 짜증나고, 그래서 돌아와 험담하는 사람들 적지 않다. 그나마 선진국이라고 나은 거지.

 

미국은 아닐까? 영국은 아닐까? 일본도 그렇고 중국이야 말할 것도 없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를 기준으로 불편했던 점,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을 우리가 지금 얼마나 괜찮은 사회에 살고 있는가 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하고.

 

그런데 고작 독일인 여성 하나가 한국에 대해 조금 비판적인 내용을 책으로 냈다고 이 난리들이다. 미수다에서 어쩌고? 그러나 듣자니 그 독일인 여성의 책에서도 미수다에서 하는 말이란 작가들이 써준 대본대로였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이 듣고 허용할 수 있는 - 혹은 한국사람들이 바라는 말이었을 테지. 하긴 그러니까 이 난리들이었겠지만.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누가 뭐랄 수 없는 그 자기만의 세계고 개성이다. 한국생활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넘어가면 되는 것이지 나 원...

 

제발 모든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기 바란다. 모든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좋게만 말할 것이라는 편견도. 그러기를 바라고 그러라고 하는 오만과 독선도.

 

우리가 좋아하는 나라가 있고 싫어하는 나라가 있듯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듯 그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때로 우리가 편견이라 생각하는 그것은 편견이 아니기도 하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련만.

 

쿨해지자. 쓸데없는 데에 쿨해지지 말고 이런 데에 쿨해지자. 어쩌겠는가? 자기가 마음에 안든다는데? 우리사회에서는 헌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다. 정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책을 사지 말던가. 미수다를 보지 말던가. 난리들은. 

 

한국의 민족주의가 얼마나 저열한가를 알겠다. 한국인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가도 알겠다. 이런 일로 낚시질하는 언론이나, 이런 일로 낚이는 사람들이나, 문득 그 책의 후속편이 궁금해지려 한다. 그 눈에 비친 한국이란 또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일까? 하여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