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일본이 핵폭탄을 맞고 광복을 찾는 지금의 역사와 일본에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는 대신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 있는 역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 한다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잘나신 좌파들은 차라리 일본에 원자폭탄을 사용하느니 인도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일부가 되어서 세계적인 경제강국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저들의 문화를 우리도 누릴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실제 몇 년 전 어느 진보논객이 나와 논쟁하며 했던 말이다. 차라리 일본의 식민지인 채인 것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항상 극좌와 극우는 통한달까? 민족도 없고 국가도 허상이니 누구의 식민지면 어떠한가.
아무튼 그래서다. 방탄소년단의 티셔츠 논란을 이제서야 알고 그냥 우습다 여기고 마는 것은. 제 3자가 아니다.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당사국도 아니다. 오히려 식민지와 전쟁의 피해자이며 원자폭탄으로 인한 수혜자이기도 하다. 만일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의 항복이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그래서 소련군이 아예 한반도에 직접 밀고 들어와 일본군을 몰아내고 깃발을 꽂았다면? 그 과정에서 전쟁의 참화라도 더 겪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에 비한다면야 일본에 원자폭탄 두 발 떨어진 정도는 뭐 고마울 뿐이다. 그로 인해 희생되고 고통을 겪어야 했던 조선인들도 적지 않았지만. 참고로 야구선수 장훈의 누이가 바로 당시 원자폭탄에 어린 나이에 희생되고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조선은 광복될 수 있었다.
내가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국가주의에는 비판적이지만 스스로 민족주의자를 자처한다. 한국인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그를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한국인으로서 독립국가를 가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일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불행을 안타까워하기에는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묻는다. 방탄소년단의 티셔츠에, 아니 미국의 원자폭탄 사용에 비판적인 그들에게,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은 미래와 사용한 미래 가운데 선택하라면 어느쪽을 선택하겠는가? 원자폭탄 없는 식민지와 원자폭탄을 사용한 광복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려는가? 뉴라이트인가? 아니면 탈민족좌파인가? 무정부주의거나 아니면 세계시민주의자이거나. 물론 특별히 지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한국인이기에 그럴 수 있다. 최소한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같은 한국인이 그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같은 원자폭탄이라도 각 나라마다 민족마다 개인마다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이고 왜 그런 것인가. 스스로 묻고 대답해 볼 일이다. 비판해야 할 일인가? 인정해야 할 문제인가?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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