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전작이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었던가? 오히려 초반 실망하고 흘려보냈다가 나중에 몰아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역시 드라마는 작가 이름 보고 보는 것이구나. 주제의식도 비슷하다. 전작이 여성, 이번이 아이, 그렇다고 주제를 대놓고 떠들기보다 스릴러의 긴장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이건 진짜다.
처음 살해당한 피해자도 그렇고, 이번에 차안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 남성도 그렇고, 결국 가정폭력의 가해자들이다. 남편의 폭력에 살해당한 아이를 함께 유기했고, 살해당한 그날도 남성은 아내를 폭행하고 있었다. 오히려 죽음을 기뻐하며 시원해한다. 심지어 가족인 아내와 딸까지 그 죽음이 잘됐다고 좋아하며 웃고 있다. 그것은 죄인가? 아니면 응징인가?
그러고보면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있기도 하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끝내 전남편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정작 피해자를 보호했어야 할 경찰은 남의 가정사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지 벌써 20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공권력은 남의 가족 일이라는 이유로 심지어 가해자인 가장의 편에서 편의적으로 무마하고 끝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전 그런 끔찍한 사건도 벌어진 것이었다. 늦었지만 정부차원에서 더이상의 가정폭력 피해를 막기 위한 보다 강력하게 개정하려 나서고 있다. 다만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가정폭력이란 그저 남의 집안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일 것이다. 아무도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누구도 자신들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죽일 수 있으면. 그래서 과거 가정폭력으로 일한 살인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했었다. 자신과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들과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오래도록 폭력을 당한 결과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결국 가장을 살해한 살인자로 전락하고, 그런데 그것을 누군가 대신해 주겠다 한다면 과연 거부할 수 있을까? 과연 지금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용의자가 지금까지 살인들의 진범일까? 아니면 단지 작가가 파놓은 함정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사무실 천정에는 시체가 있었다. 얼룩져 있던 천정 위 잠겨 있던 방에는 시체가 숨겨져 있었다. 누구의 시체였을까? 아직 소녀라 할 만한 나이로 보였는데 과연 누구의 시체였을까? 그리고 그 시체는 어떻게 상담실 천장에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언제 죽었고 어떻게 죽었으며 어째서 그곳에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무엇보다 얼마전부터 차우경의 눈에 보이던 여자아이의 모습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차우경과 강지헌이 만난다. 서로 다른 진실을 쫓다가 싯귀적을 쫓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이 본 시는 과연 어떤 진실에 닿아 있을까?
사람들이 도박에 빠져드는 이유다. 바로 이런 것이 쪼는 맛이라는 것일 게다. 감질나게 보일 듯 닿을 듯 여전히 보이지도 닿지도 않는 진실이 사람을 안달나게 만든다. 다음 회를 보라. 다음 회를 보라. 마지막까지 노예가 되어 꼼짝말고 기다리고 보라. 하나씩 비밀이 드러나고, 더욱 미궁으로 유인하는 듯한 단서들이 보여진다. 차라리 직접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는 단서들이 더 헷갈리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들이 주인공인 이유다. 그들은 왜 무엇때문에 진실을 쫓아야 하는 것일까?
과연 악이란 무엇일까? 죄란 무엇일까? 경찰의 단순한 의심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나약함이 악일까? 남편의 죽음에 그저 순수하게 기뻐하는 딸과 아내의 모습이 죄일까? 그럼에도 그녀가 메신저로 대화한 상대는 누구일까? 동숙이 사고를 당하려는 모양이다. 하루마저 너무 길다. 빨려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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