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을 의식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따귀를 맞는 순간 차우경의 태도와 행동이 돌변한다. 지금까지 엄마 앞에서 스스럼없이 자연스럽던 모습에서 그동안 그런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지내 온 것 같다. 어떤 계기만 닥치면 감춰져 있던 또다른 진짜 자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또다른 자신이란 비단 엄마 앞에서 겁먹고 떨고 있는 그런 모습 뿐일까? 남편을 잃은 엄마 동숙이 차우경에게 전화걸어 감사인사를 하고 있었다.
차우경에게 이혜선의 시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준 여자아이는 과연 이혜선과 같이 살았었다는 그녀의 딸이었을까? 이혜선의 딸이 차우경의 환각 속에서 죽은 엄마의 시신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준 것일까? 그러면 드라마의 장르가 판타지나 호러가 된다. 합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정이 필요하다. 차우경은 처음부터 이혜선이 그곳에 딸과 함께 숨어 살고 있었고 얼마전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지 어떤 계기로 인해 망각하고 있던 사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게 되었을 뿐. 이혜선을 기억하고 있는 자신과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 사이의 괴리에 진실의 단서가 숨어 있지 않을까.
이은호가 매번 형사 강지헌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경찰이기에 피하는 것일까? 아니면 강지헌이기에 피하려는 것일까? 이은호도 이혜선의 딸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처음부터 너무 의심스러우면 시청자를 낚기 위한 미끼이기 십상이다.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았다던 아이는 어떤 또다른 비밀을 알고 있을까?
아이를 폭행하고, 아이를 살해하고, 혹은 아이를 버린다. 아이가 살해당하고, 아이와 엄마가 폭행당하고, 또한 엄마와 아이가 아버지로부터 버려졌다. 남편이 떠나고 새엄마는 그런 남편의 선택을 이해한다 말하고 있었다. 아이를 살해하고 유기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 것처럼. 차라리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 엄마는 스스로 남편에게 버려지는 것을 선택했다. 의지할 일가붙이 하나 없이, 가진 것도 갈 곳도 없는 가난하고 외로운 신세로 다시 고단한 노숙의 길을 선택했다. 장난감처럼 어린 여자와 살림을 차이고 아무 애정도 책임도 없이 아내와 아이를 버린다. 필경 아이는 이혜선이 이혼하고 집을 나왔을 때부터 그녀와 함께였을 것이다. 이제는 하필 차우경이어야 하는 이유다. 그녀는 어째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그만큼 차우경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등장인물들은 물론 시청자를 답답하게 짜증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도한 집착은 강박이다. 그리고 대부분 강박은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다.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차우경과 엄마 허진옥(나영희 분) 사이에 어떤 비밀과 진실이, 그보다 어떤 슬픔과 아픔이 숨어 있을까? 드라마가 가리키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답답하도록 숨가쁜 스릴러 속에 어떤 말들을 숨겨두고 있는 것일까? 필경 대부분 애써 외면하고픈 잔인한 현실이지 않을까? 그래도 드라마가 재미있으니 끝까지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것이 또 드라마란 것이겠지만.
재미있다.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며 보게 된다. 째로 답답하가 짜증나도. 외면하고픈 불편한 진실이 그곳에 있어도. 그럼에도 그마저 TV앞에 꼼짝않고 있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궁금증은 더 깊어진다. 이혜선의 딸을 찾아감 그곳에서 시가 적힌 그림을 발견한다. 차우경과 강지헌이 이제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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