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진지해지자면 게임이 저렇게 어려워서야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어째서 게임은 어려운 정도를 평가하는 난도가 아닌 쉬운 정도까지 측정하는 난이도를 쓸까? 오래전 어느 일본 게임평론가의 질문이었지만 답은 명확하다. 게임은 프로가 아닌 그저 평범한 대중들이 즐기는 것이니까.
밤새도록 미친 놈처럼 날뛰어서 고작 레벨 하나 올리는 난이도라면 대부분 시작하자마자 접고 만다. 대부분 롤플레잉 게임들이 최소한 한 번의 플레이에서 10레벨 이상 올릴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하는 이유다. 심지어 아이템 얻기도 쉽다. 그렇게 처음에는 레벨도 빨리 오르고 아이템도 쉽게 얻을 수 있기에 성취감을 맛보면서 점차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물론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은 아마도 베타이전의 테스트단계일 테니 난이도야 나중에 충분히 조정하면 된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호스텔의 주인이 박신혜(정희주 역)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필 주인공 유진우(현빈 분)가 그토록 안달하며 계약하려 하고 있는 게임의 개발자가 정희주의 동생 정세주(찬열 분)였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야기는 끝난 것 아닌가. 라고 말하고 싶지만 과연 유진우가 그라나다까지 가게 만든 이유인 AR게임이 드라마에서 이후 얼마의 비중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초반 누군가에게 쫓기던 세주가 실종된 이유 역시 그 게임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는 터이므로. 오래전 가상현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며 생기는 문제들을 다룬 판타지소설이 출간된 바 있었다.
아무튼 두 남녀의 첫만남으로는 고전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과 악연이 필연으로 바뀌고, 오해와 갈등이 진심으로 이어지기까지.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증강현실게임의 구현이 무척 흥미롭다. 물론 그다지 하고 싶지는 않다. 게임은 즐기는 것이지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 도전하는 것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지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것은 게임의 본질이 아니다. 하물며 레벨 하나 올리겠다고 온갖 민폐에 돈까지 적지 않게 쓰고 있었다. 하지만 남이 하는 게임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게임을 둘러싼 여러 갈등과 의혹과 충돌들도 또 다른 이야기다.
일단 첫째 증강현실게임이라는 소재가 흥미롭고, 그 개발자가 실종된 상태에서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며, 그러나 역시 느닷없이 유진우의 독설에 눈물을 보이는 정희주와의 관계가 관심을 끈다.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라도 이만하면 한 번 끝까지 지켜볼 이유가 될 수 있다. 여전히 현빈은 잘생겼고 호스텔 문을 열고 맞는 박신혜의 모습만으로 신뢰가 생긴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어느새 드라마에 시들하다가도 다시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게 만든다. 그라나다라는 이국의 풍광을 담은 영상미도 상당히 빼어나다.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가상현실이 된다. 주기적으로 괜찮은 드라마가 몰릴 때가 있다. 앞으로 몇 달은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출발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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