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뜬금없도 맥락없다. 최소 2회 분량의 이야기를 하나로 압축한 듯 중간이 휑하다. 전개가 빠른 것은 좋은데 중간이 생략되니 양념이 빠진 찌개를 먹는 것 같다. 그래도 흉악한 연쇄살인범인데 비참한 최후가 통쾌할 법도 하지만 전혀 아무 느낌도 없는 것은 그래야 할 이유를 전혀 드라마를 통해 전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만든 의도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10년도 넘었을 것이다. 악은 멸해야 한다는 일본만화 '아쿠메츠'를 보며 충격을 받은 것이 그 쯤 된다. 더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된다. 원칙과 규범을 지켜가며 악을 응징하고 세상의 정의를 지키는 것은 이제 더이상은 불가능하다. 비상의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하필 경찰이. 오히려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경찰이 법을 우습게 여기며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른다. 사실 잘만 만들었으면 마지막 연쇄살인범이 떨여저 핏속에 눕는 모습을 보며 통쾌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의 절망과 분노가 깊고 큰 것은 아닌가.
문제는 그럼에도 그 만듬새가 그다지 썩 야무지지 못하다는 점이다. 치밀하지 못하다. 충분히 연쇄살인범 장형민에 대한 형사 우태석의 증오와 분노에 공감할만한 어떤 것도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냥 연쇄살인범이다. 과거 살인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우태석과 악연이 있었다. 과거의 사건 역시 이어지지 않고 띄엄띄엄 흐름을 깨며 중간중간 삽입되는 것이 맥락없이 겉돌고 있었다. 차형석을 의심하고 그가 범인이라는 단서를 찾기 위한 과정 역시 생략되어 있다. 이것 빼고 저것 빼고 어찌되었거나 검사인 차형석이 범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수사하거나 체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왜? 어째서? 무엇때문에? 그래서 어떻게?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차형석이 범인인 것을 알았고, 범행장소도 찾았고, 함정에 빠뜨려 그를 죽이기까지 했다. 그 사이를 촘촘히 채웠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을까?
어마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많은 것들을 보여주어야 변덕스런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덕분에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부실하다. 그저 주인공 우태석만 그래도 주인공이라고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장면도 나온다. 반면 그냥 스치듯 나온 은선재의 경우 얼마나 비중있는 인물인지 공식홈페이지를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그렇다고 연쇄살인범 장형식을 잡는 과정이 흥미를 끌만큼 완성도 있게 그려졌냐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혹시라도 장형식이 죽어가며 말한 자기가 13년 전 배여울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후 전개에 어떤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의도도 이해하고 주제도 나쁘지 않은데, 더구나 신하균의 연기야 믿고 보는 것일 텐데도, 그러나 내내 아쉬움과 지루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도 참고 지켜보면 오늘은 좀 나아질까. 용두사미는 많아도 사두용미는 드문 한국드라마 현실에서 예외가 될 수 있겠는가.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 첫회는 그냥 많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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