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게임은 단지 양념일 뿐이고 진짜는 유진우와 정희주 두 주인공의 뻔한 신데렐라 러브스토리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희주의 동생이자 게임개발자인 정세주의 실종과 관계가 있다. 분명 어제 방영분 마지막에 유진우가 기차 안에서 총격전을 벌이던 장면은 정세주가 기차 안에서 갑자기 사라질 당시 보았던 장면의 연장에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총에 맞으면서도 멀쩡할 수 있는 것을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고보면 딱 게임에 빠져들기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전처는 친구와 바람나서 헤어졌고, 재혼한 상대는 돈을 노리고 이혼소송중이고, 잘나가는 투자회사의 대표지만 정작 자신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듯하다. 사회생활도 잘하면서 게임도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지만 일반적으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게임이라는 가상의 현실을 통해 그것을 보상받으려 한다는 편견이 깊고 넓게 뿌리내리고 있다. 하긴 개인의 생활도 돌아보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도 그다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기는 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무례하고 마음에 안 들던 손님이 큰 투자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정희주는 바로 다소곳해진다. 그만한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만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정희주는 현실에 살고 그것은 현실에서 너무나 당연한 상식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러면 과연 솔직한 자신의 감정마저 억눌러야 하는 현실의 거리를 두 사람은 어떻게 극복하게 될까? 아니 극복해야 할 이유가 두 사람 사이에 생기기는 할까?
절대 질 수 없는 싸움,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의 한가운데 정희주가 있다. 헤어진 전처의 임신한 모습을 보고 이제는 적이 된 친구와 직접 칼을 겨누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저쪽이 더 레벨이 높다. 두 사람 사이에 심리적 위치이기도 하다. 가장 큰 한 번의 싸움을 이겼다. 가장 큰 한 번의 싸움에서 졌다. 그럼에도 오히려 우위에 있는 차형석이 쫓기는 듯 다급해 보이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 현실의 위상차이가 아직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기는 것이야 언제든 가능하지만 그 명분이 문제다. 그런 여유다. 언제든 기회만 온다면 상대를 밟을 수 있다. 반면 차형석에게는 제한된 기회만이 주어진다. 게임으로라도 이기지 못하면 영영 그를 이길 수 없을 지 모른다.
증강현실을 소재로 했지만 그렇다고 그리 대단한 특수효과가 쓰인 것은 아니다. 영리하다. 오히려 최첨단 게임이기에 게임그래픽은 현실로 대체된다. 과연 그런 정도 그래픽을 어떻게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아마추어 혼자서 프로그램까지 짜면서 모두 만들 수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일단 가능하다면 굳이 어렵게 특수효과를 사용할 필요 없는 것이다. 그냥 배우들 데려다 분장하고 연기시킨 다음 간단한 CG만 입혀주면 된다. 거기에 몇 가지 효과를 주는 것만으로 유진우의 말처럼 마치 마법같은 신비한 세계가 만들어진다.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환상을 보게 된다. 더구나 스페인의 이국적인 풍광이 TV너머로 시청자를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데려가는 듯하다. 하필 현빈마저 여전히 잘생겼다.
과연 마지막 유진우가 보인 총격전은 무엇이며 유진우가 말한 틀렸다는 절반의 예상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사라진 정세주는 어떻게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아직 게임과 크게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정희주가 다시 어떻게 유진우와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어갈까? 흔치 않은 증강현실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 드라마를 통해 묘사되는 게임에 대한 흥미도 크다. 가장 중요하다. 게임과 현실은 어떻게 만나는가? 기대한 것보다 더 재미있다. 이번주는 소득이 크다. 일주일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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