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사람이 죽다

까칠부 2018. 12. 9. 07:24

그래도 설마했었다.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이 되는 것은 이쪽 장르에서는 클리셰 같은 것이라서. 하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아닌데 관객의 입장에서 게임의 내용에 공감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옆에서 구경하는 것이 다른데, 허구의 드라마에서 현실에 없는 가상의 게임까지 일일이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드라마속 인물처럼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예 게임을 소재로 실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아니면 게임속 상황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거나. 그래야 게임속 상황을 자신의 현실로 느끼고 함께 긴장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과학적으로 아주 가능성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아니다. 실재해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기에 실재하는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런 감각과 인지의 허점을 현실에서 다양하게 응용하고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지나치게 대상에 몰입하다 보니 그 충격까지 함께 받기도 한다. 그토록 현실과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아무 영향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다만 게임 자체의 문제인가, 아니면 유진우와의 악연이 순간 차형석으로 하여금 게임에 과몰입하도록 만든 것이 원인이었는가는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겠다. 물론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는 전자가 더 긴장감이 높다.

 

호스텔을 파는 계약서에 사인 할 때까지는 거의 박신혜의 원맨쇼였다. 혼자서 이렇게까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관객마저 휘두를 수 있는 존재를 흔히 스타라 부른다. 울고 웃고 화내고 당황하며 혼란과 절망과 좌절을 거푸 느끼는 정희주의 상황을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서 한 편의 쇼처럼 즐긴다. 일부러 그러라는 연출일 것이다. 정희주의 다급함에 공감하기보다 그것을 한 발 떨어져 순수하게 즐기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드라마의 내용에 비추어 어쩌면 아이러니랄까. 그래도 정희주와 유진우 사이에 악연이 선연으로 바뀌고 계기가 만들어진다. 순수한 선의는 아니었지만 그런 걸 따질 형편은 아니다.

 

과연 게임을 개발한 세주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쩌면 한 사람을 죽게 만든 게임의 시스템은 유진우를 어디로 몰아갈 것인가. 아마 지난회 마지막 장면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정희주와의 인연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그저 흔한 로맨스인가 싶다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독특한 구성과 전개에 가만히 집중하며 보게 된다. 허튼 예상보다 결국에 보게 될 실제의 내용이 중요하다. 그동안 드라마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새롭다. 현빈은 질투나도록 잘생겼다. 아무리 이기적이도 싸가지없어도 용서되는 잘생김이다. 박신혜는 궁상도 예쁘다. 그림부터 예쁘다. 보는 것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