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 의심과 의심, 그리고 또다른 의혹, 빠져들다

까칠부 2018. 12. 7. 06:46

아무리 봐도 차우경인데. 어떻게 봐도 차우경이다. 문제는 그렇게 의도적으로 몰아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진짜 차우경일까? 환각 속의 소녀는 어린 시절 차우경 자신이었을까? 그리고 문득 드는 의문, 24살에 차우경의 아빠와 결혼해야 했던 새엄마 허진옥의 팔자란 또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원래 미로란 자체가 함정의 연속이다. 하나의 길을 비비 꼰 다음 수도 없이 곁가지를 만들어 막다른 길로 유인한다. 이은호는 사실 함정이라기에는 너무 의심스러웠다. 아예 대놓고 의심하라고 던져놓은 미끼 같았다. 그러면 차우경은? 그런데 의심하다가도 갑자기 모든 장면들이 하나같이 차우경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차우경이 아니라면? 그런데도 차우경이 아니었다면? 그러면 또 누구일까?


사회생활이 힘들 것 같다. 이놈저놈 죄다 의심스러워서야. 결국은 차우경의 환각속에 보이는 소녀의 정체가 열쇠가 될 것 같다. 차우경과 새엄마 허진옥 사이에 감춰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차우경의 차에 치여 죽은 소년의 어린 엄마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과연 살인의 동기가 아이를 학대한 것에 대한 응징이라면 아직 벌받아야 할 사람이 몇 명 더 남은 것 같다. 그러나 누가? 왜? 어째서? 어떻게?


본능만으로 살아가는 것 같은 동물에게도 사회성을 갖추기 위한 학습의 시간은 필요하다. 너무 어릴 때 부모로부터 떼어놓은 동물은 필요한 사회성을 배우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그런 모든 동물들 가운데 가장 어린시절이 긴 동물이다. 성장기간이 길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배우는가에 따라 평생이 좌우되기도 한다. 과연 형사 강지헌은 멀쩡할까? 파트너인 전수영은 괜찮은 것일까? 미처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기 위한 아무런 교육도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모들에게 무작정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낳았다고 바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갖추어야 비로소 부모가 된다.


어쩌면 그들도 피해자들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며 가해자가 된다. 세상이 이토록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도 그런 상처의 유전 때문은 아닐까. 부모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어린 부모들과 그런 부모들에게 학대당하는 더 어린 아이들과 그런 부모들에게 분노하는 세상과 그럼에도 그런 부모들을 만들고 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엄마 차우경은 괜찮은가. 아무일도 없는 것인가. 전혀 생각지도 모른 다른 진실이 아프게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아이들이 울고 있다. 아이들이 아파하고 있다. 누가 그 아이들을 지키고 보살피겠는가. 보듬고 눈물을 닦고 상처를 어루만져주겠는가. 잔혹한 동화와도 같다. 동화를 들으며 아이는 무섭다며 눈물짓는다. 알지만 무심코 외면하고 만 진실에 대해서. 그리고 드라마로서 재미도 있다. 내내 숨조차 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