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 마침내 드러나는 진짜 붉은 울음의 정체, 소녀의 비밀이 풀려가다

까칠부 2019. 1. 10. 11:58

그래서 말했잖은가. 이것으로 끝이 아닐 거라고. 설마 이은호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붉은 울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두 사람을 용의선상에 두었었는데 차우경의 선배이자 정신과의사인 윤태주도 그 가운데 하나였었다. 하긴 범인을 남성으로 특정한다면 윤태주 말고 다른 용의자는 있을 수 없다. 말했듯 범인은 시청자가 보이는 곳에 익숙한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 스릴러의 법칙이다.


결국 이은호가 어려서 버려질 당시 친형과 함께 버려졌었고, 그 형이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다시 돌아와 이은호 주변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학대한 부모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동생 이은호와 함께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한울센터의 자문을 맡고 있으니 자료에 접근하기도 쉬울 테고, 더구나 이은호가 한울센터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었으니 더욱 기밀자료에도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차우경을 통해서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많은 정보들을 전해들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의심한 건 후자였는데, 이은호와의 관계 만큼은 철저히 작가가 감춰놓아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동생까지 스스로 범인을 자처하며 죽임을 당한 지금 윤태주의 선택인 무엇일 것인가. 후회일까? 아니면 더 큰 분노와 증오일까?


그동안 차우경에게 보이던 녹색 원피스의 소녀도 조금씩 그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 정확히 차우경 자신을 둘러싼 비밀들이다. 어째서 외할머니네 집에 잠시 맡겼었다던 세경을 이모는 전혀 그런 적 없다 말하고 있는가. 분명 차우경은 외할머니네 집에 있다가 돌아온 세경을 맞았었는데 세경이 있었던 곳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무엇보다 새엄마 허진옥에게는 재혼할 당시 아이가 한 명 있었다 했었다. 이 역시 내가 추리한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하나를 지배하던 암시와 어린 시절의 은호를 옭죄던 관계에 이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엄마가 이번에도 단서가 되지 않을까. 다만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어제의 전개로 인해 세경인지 우경인지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누가 새엄마 허진옥의 진짜 딸일까?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절대 쉽게 끝내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수많은 함정을 파놓고 그곳을 현실의 첨예한 슬픔과 아픔으로 채워 시청자를 유인하는 방식은 항상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슬픈 모정과 그보다 더 아픈 아이들의 현실이. 그런데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어른들의 비극이. 오히려 방치하고 오히려 학대와 가해를 보호하는 현실의 제도들과 관습들이. 그래서 또 강이헌은 누구보다 신념에 찬 경찰이어야 했던 것이다.


용의자가 특정되었다. 이은호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죽임을 당한 이후 오히려 용의자가 더 분명해졌다. 전혀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그가 용의자로 드러나며 마치 에필로그처럼 마지막 진짜 수사가 시작된다. 차우경의 비밀도 조금씩 표면으로 드러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까. 슬픔은 잔혹하다. 아니 잔혹해서 슬픈 것인지 모른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