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진심이 닿다 - 유인나의, 유인나에 의한, 유인나를 위한

까칠부 2019. 2. 15. 09:40

유인나 한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주인공 권정록은 그냥 잘생기기만 했을 뿐 리액션조차 거의 없다시피 하다. 혼자서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멋대로 오해하고 멋대로 기대하다가 멋대로 실망하고는 또다시 멋대로 질투까지 하는 모습을 풍부한 표정으로 혼자서 다 보여준다. 그냥 권정록이 아니라 아무나 그 자리에 세워놔도 상관없을 듯한 - 하긴 이동욱 정도가 아니면 유인나가 사랑에 빠지거나 할 것 같지는 않지만 - 그냥 유인나 혼자만의 드라마라 해도 좋을 듯하다.


그래도 주인공 직업이 변호사이다 보니 의뢰인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회차에서는 연예인의 길에서 낙오한 여학생의 이야기였고 이번회차에서는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고통받는 여성의 이야기다. 다만 온전히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사건을 맡아 해결하는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회차에서 낙오된 연습생 이야기는 연예인으로서 이미 한 물 간 취급을 받는 오윤서의 처지와 오버랩된다. 그렇다면 이번 스토커 이야기는 오윤서에게, 아니면 권정록에게서 어떤 개인의 이야기들을 이끌어낼까? 그리고 그런 개인의 이야기들이 중첩되며 변호사와 비서인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이 로맨스에서 너무나 흔한 구성인 것이다.


벌써 권정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윤서에게 호감을 느끼는 듯하다. 왜 아닐까. 한때 모두가 사랑하던 최고의 스타였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녀의 팬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보다 이토록 사랑스럽다. 이토록 표정도 풍부하고 감정도 다채롭다. 그 모든 것이 오로지 자신을 향하고 있다. 아무리 연애라고 하는 자체를 전혀 모르는 듯한 권정록이지만 여기까지 오면 본능이 가르쳐주게 될 것이다. 이성이 너무 앞서 본능을 뒤따르지 못할 뿐 모를 수 없다. 무표정한 권정록이 진심으로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두 사람 중 하나다. 오랜 첫사랑 여름과 그리고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비서 오윤서.


어쨌거나 비서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것 치고 제법 일을 잘 해내고 있는 모양이다. 대부분 처음 하는 일일 테고, 심지어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며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고 있을 텐데도 아직까지 크게 문제될만한 부분이 없었다. 처음 내선을 연결하는 방법도 몰라 허둥대던 것이 언제였는가 싶을 정도다. 기억력만큼은 자신있다던 말처럼 원래 머리가 좋았던 것일까. 괜한 재능은 되도 않는 연기라는 허튼 곳에 낭비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아니면 단지 아직 계기가 없었거나.


사소한 양념들을 제외하면 그냥 유인나만 보고 있으면 되는 드라마다. 유인나가 오윤서인지 오윤서가 유인나인지 그 다채롭게 바뀌는 표정과 꿀떨어지는 듯한 목소리만 듣고 있으면 되는 드라마다. 전혀 새로울 것도, 그래서 특별하거나 신기할 것도 없는데, 그래서 재미있다. 보는 내내 떠오르는 로맨스의 본질이다. 사랑스러운 이들이 사랑스럽게 사랑을 한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심각해지지 않게 즐겁게 기쁘게 행복한 사랑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동욱이 가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무엇이 이 드라마를 끌어가는가. 재미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