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진심이 닿다 - 뿌듯함, 불안함, 질투, 그리고 키스

까칠부 2019. 3. 1. 07:12

그렇지. 내 여자친구니까. 내 사람이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뿌듯하고, 그러면서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모든 사람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랑하고 싶고,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게 자기 혼자서만 알고 싶고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드디어 연애치 권정록이 껍질을 벗는다. 그저 미숙했을 뿐이었다. 이성을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자기가 좋아하는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도. 하필 모두가 좋아하는 스타라서.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최고의 인기스타라서. 어쩌면 유치할 수 있는 그런 남자들의 노골적인 감정표현이 어쩔 수 없이 권정록을 움직이게 만든다. 머뭇거리고 주저거리던 그를 한 걸음 용기내 내딛도록 만들어준다. 이대로는 그녀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너무 한 쪽으로 기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은 자신의 존재마저 마음놓고 내보일 수 없는 인기스타, 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모두의 앞에 나설 수밖에 없는 변호사, 더구나 관습적으로 남성은 지키는 입장이고 여성은 보호받는 위치여야 한다. 오윤서는 그저 마음껏 좋아하며 응석만 부려도 되지만 남자로서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권정록을 내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으니까. 내가 해야만 하니까. 그게 중요하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사람이고 그 사람만의 자신이어야 한다. 다음주에는 그래서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어떤 느낌인가 비로소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상쾌함이다. 서른도 넘은 어른들인데 소년소녀의 풋사랑을 보는 듯 그저 말끔하기만 하다. 괜히 질척거리거나 하는 것 없이 시원깔끔하다. 그냥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사람을 사랑해서 행복해진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그만큼이나 투명한 오윤서의 다채로운 표정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권정록의 어색한 모습들에서. 그럼에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좋고, 함께 하고 싶어 행복하다. 너무나 뻔하고 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로맨스란 무엇인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시 한 걸음 서로에게 다가가고, 다시 한 번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끼며, 그렇게 조금 더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아 역시 너무 뻔하고 진부하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니까. 그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사랑해가는 그런 이야기일 테니까. 캐릭터들이 매력있어 그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한 편으로 어쩐지 그저 좋은 두 사람을 떼어놓고 괴롭히고 싶어지기도 하는.


가끔씩, 아니 너무 자주 보이는 유능한 변호사 권정록과 인기스타 오윤서의 빈틈많은 모습들이 그들의 감정에 순수를 더한다. 변호사로서 유능하고 연예인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바 있지만 그러나 인간으로서 그들은 아직 너무 미숙하고 순수하다. 시련이 필요할까?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