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것은 항상 실패하고 패배한 장면에서 한 주가 끝난다는 것이다. 다음주까지 그 실망과 좌절감을 곱씹으며 기다려야만 한다. 다만 예고편이 이대로 선민식의 의도대로 농락당한 채로 끝나지는 - 아니 오히려 이재준의 말대로라면 선민식이 나이제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꼴이 될 지도 모른다. 그나마 초반이라 사전에 촬영해 놓은 분량이 있으니 망정이지 어쩔 뻔했는가. 괜히 한 주 내내 오히려 칭찬받았어야 할 한소금을 욕하며 보낼 뻔하지 않았는가. 결국 한소금이 나이제의 모든 계힉을 망치고 그를 실패자로 패배자로 만들었다. 단지 주인공이란 이유 때문에.
아마 한소금이 의사로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김석우를 재검사하는 것까지 나이제의 계산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함부로 믿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선의 만큼이나 사람의 욕망 또한 한없이 변덕스러운 것이다. 사라진 동생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과 의사로서 환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한다. 하지만 원래 한소금이란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런 한소금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한소금을 이용하려는 것처럼 보이면 선민식은 결코 그것을 그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다. 한소금이 자신의 설득에 넘어가 김석우의 형집행정지를 돕게 되도 좋은 것이고, 설사 선민식의 수작으로 전혀 반대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비까지 모두 마쳤다. 자신이 형집행정지를 위해 범죄자들의 병을 조작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과거 선민식이 저지른 조작까지 모두 조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과연 이 모든 것이 선민식 하나 잡자는 함정인 것인가?
자신의 계획을 벗어나 한소금이 김석우의 공격에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오히려 나이제는 결심을 다잡는다. 전혀 상관없는 한소금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마는 상황을 보면서도 더욱 강하게 자신의 목적을 일깨운다. 다만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바로 선민식을 찾아가게 만든다. 선민식을 마주하며 자학하듯 읊조린다. 그것은 선언이라기보다는 자기변명이었을 것이다. 이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했는다 자신은 반드시 선민식에게 이겨야만 한다. 과연 나이제가 준비한 함정은 어떤 것이며 김석우가 한소금을 찌르고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 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약오른다. 잊히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안달하며 조바심나게 해도 시청자들은 다시 드라마를 찾아서 보게 될 것이다.
음모와 음모, 욕망과 욕망, 그리고 그런 사이 결코 더럽혀질 수 없는 인간의 순수한 의지까지. 다만 드라마의 전개상 필요하기는 했겠지만 지나친 나이제의 과거회상이 신파로 흐르며 무척이나 보는 이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더욱 그로 인해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좋은 의사인 한소금을 원망하게 된다. 그녀의 바르고 올곧은 결정을 비난하게 만든다. 선도 악도 정의도 불의도 서는 곳이 다르면 이렇게 달리 보이고 마는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풍경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보편을 벗어난 세계다. 위장된 악일지라도 악은 단지 악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재미있다. 몰입하게 만든다. 간만에 공중파 드라마에 빠져들고 만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백 - 반전에 반전, 시청자를 농락하는 스릴러 (0) | 2019.04.08 |
---|---|
자백 - 뜻밖의 반전, 진짜 살인의 이유 (0) | 2019.04.07 |
닥터 프리즈너 - 의학드라마 뒤집기, 병을 만들다 (0) | 2019.04.04 |
국민여러분! - 한정국의 비일상과 김미영의 일상, 그리고 코미디 (0) | 2019.04.03 |
국민여러분! - 직관적인 소재, 웃을 수 있다 (0) | 2019.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