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 아니 어쩌면 최근에도 웨이트를 많이 하면 몸이 딱딱해져 부상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운동선수가 힘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를 많이 했더니 근육은 커졌는데 유연성이 떨어져서 결국 부상을 당했다더라. 그런데 사실일까?
웨이트는 크게 프리웨이트와 머신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머신이라기보다는 고립운동이다. 프리웨이트란 한 마디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무게를 실어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게가 있는 물체를 들어올리고, 혹은 밀어 올리고, 끌어당기고, 당연히 그 과정에서 원래 진화를 통해 설계되어 온 수많은 주변근육들이 주동근과 함께 쓰이게 된다. 주변의 수많은 협응근 길항근들을 주동근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몸이 학습하게 된다. 바로 말하는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협응근과 길항근이 적절히 참여함으로써 보다 주동근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때 흔히 사람들은 그것을 유연하다 민첩하다 말하게 된다. 반대로 협응근과 길항근의 참여 없이 주동근만으로 움직일 때 그것을 달리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앉았다 일어나는데 대퇴사두근과 대둔근만 사용하거나, 아니면 팔을 들어올리면서 삼각근만 움직이는 식이다. 그러면서 주동근에는 그만큼 다른 근육들에 가야 할 만큼의 부담이 모두 가해지게 되고 관절은 정상적인 움직임을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앉았다 일어나는 너무나 간단한 동작에서도 끝내 자세가 무너지며 주저앉는 경우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근육과 관절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서다. 그런데 그런 주동근들만 비정상적으로 발달해서 다른 주변근육들과 관절을 모두 지배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래서 주동근의 힘만으로 억지로 관절을 움직이려다 보니 몸의 움직임이 정상을 벗어나면서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게 되니 그 과정에서 부상도 생기게 된다. 웨이트를 너무 열심히 해서 관절이 상했다거나 하는 것도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낮은 중량부터 시작해서 주변의 근육과 관절, 인대, 건등의 발달을 함께 도모했다면 이런 주변의 구조들이 주동근을 보조하며 움직임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부상의 위험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경우만 하더라도 영화 '코난'을 찍을 당시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너무 빨라서 촬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라 한다. 아놀드 역시 머신운동도 병행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프리웨이트를 통해 몸을 성장시킨 경우였었다. 몸에 근육이 많다고 유연성이나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자체가 미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운동과 관련한 동영상을 찾아보다 보면 흔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단어가 바로 고립과 자극일 것이다. 근육을 고립시켜서 자극에 집중해 운동한다. 그 말은 곧 한 가지 동작에서 다른 근육이 쓰이지 않도록 동작에 제약을 가한다. 이른바 보디빌딩식 운동이다. 그런데 보디빌딩이란 무엇일까? 그저 근육만 키우는 것이 보디빌딩일까?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보디빌딩일까? 그러고보면 해외 유명 보디빌더들도 부위당 최소한의 운동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프리웨이트다. 다른 여러 하체운동을 하기보다 스쿼트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건강한 하체를 만들 수 있다. 그러고보면 나 역시 중둔근이 약해지고 단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스쿼트를 정자세로 하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앉아서 하는 어깨운동이었다면 척추가 휘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휘어진 척추를 교정하며 코어를 강화시키는 것도 대부분 프리웨이트에 의지하고 있다. 하긴 대부분 프리웨이트가 코어의 안정부터 요구하기는 한다. 바벨컬도 제대로 하려면 코어가 제대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무게가 슬슬 올라가면서 위험할 것 같으니 차라리 동네 헬스장이라도 찾아야 할까. 그런데 한 번 견학해 보니 마음껏 바벨을 들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 같다. 집에서는 나 혼자 바벨 들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프리웨이트만 할 수 있다. 한심할 정도로 가벼운 무게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면서 조금씩 나만의 자세를 찾고 최대한 부상의 위험 없이 천천히 무게를 올리며 운동강도를 높여간다. 최근 그냥 걸으면서도 느껴질 정도로 코어가 강해진 것을 느끼는 이유다. 한 번도 복근운동을 해 본 적 없는데 행잉레그레이즈를 정자세로 세트당 15개씩 4세트까지 자세를 유지하며 할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도 회사까지 20분동안 숨은 조금 차지만 쉬지 않고 뛰어갈 수 있게 되었다. 웨이트만 하면 달리기는 약해진다는데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인 모양이다.달리는 자세도 더 빨라지고 유연해졌다. 역시 프리웨이트를 찬양하게 되는 이유다.
물론 어렵다. 말했듯 그래서 10킬로짜리 경량봉만 어깨에 메고서 다양한 동작을 취하며 스스로 동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꽤 오래 거쳐야 했었다. 피티를 받았다면 시간은 더 짧아졌을 테지만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그때의 경험들이 도움이 된다. 과연 동영상에서 트레이너들이 강조하는 부분들이 어떤 의미인지. 어째서 그런 동작을 취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찾아낸 동작의 의미를 또다른 유튜버를 통해 찾아내기도 한다. 뜻밖에 트레이너의 강의와 다른 자세를 취하는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었다. 운동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만이 있을 뿐.
척추도 병원 찾아가 봐야 손 볼 곳이 딱히 없을 정도로 정상을 찾았고, 라운드숄더도 오훼완근에 침맞는 것 말고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다만 견갑하근이 풀리면서 견갑골에 연결된 승모근과 견갑거근은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걷는 자세 자체가 다르다. 하체도 다르다. 운동의 힘이다.
그냥 유튜브에서 운동 관련 동영상들 찾아보다가 그냥 생각이 나서. 1년 넘게 혼자서 여러 자료들 찾아보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은 끝에 내린 당장의 결론일 터다. 내게는 이런 방식의 운동이 맞다. 비효율적이더라도 완전한 동작을 통한 정상적인 몸의 기능을 찾아간다. 프리웨이트의 이유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쿼트 할 때 무릎이 아픈 이유... (0) | 2019.06.05 |
---|---|
밀리터리 프레스는 전면삼각근 운동일까? (0) | 2019.05.11 |
티백 커피와 콜드브루 (0) | 2019.04.16 |
추나와 건강보험, 정보가 곧 돈인 이유 (0) | 2019.04.11 |
운동할 때 허리,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실수하는 것 (0) | 2019.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