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는 같은 고기 육이지만 한국과 중국에서 쓰이는 의미는 서로 다르다.
한국에서 고기는 쇠고기를 의미한다. 그래서 쇠고기가 들어간 개장국이 육개장이다. 육개장이란 자체가 개고기로 만드는 개장국에 쇠고기를 넣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쇠고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양념을 자제하는 원래 쇠고기요리와 달리 육개장은 냄새가 강한 개고기를 고려해서 양념이 진하게 되어 있다. 빨간 국물의 쇠고기무국은 오히려 그 연장에 있는 음식인 것이다.
반대로 중국에서 고기라면 돼지고기를 의미한다. 중국인들은 쇠고기 자체를 그리 많이 먹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돼지기름을 요리에 많이 자주 쓰는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식물성 기름을 정제하기 전까지는 요리기름으로 돼지기름을 많이 썼는데 따라서 돼지를 많이 기르고 또 잡을 수밖에 없었다. 동파육과 관련한 고사를 보더라도 정작 당시까지도 많은 중국인들이 돼지를 많이 기르기는 하지만 요리법을 잘 몰랐음을 알 수 있다. 하긴 오래전 돼지들은 작았고 먹을 것도 얼마 없었다. 지금처럼 돼지가 커진 것은 꾸준한 품종개량의 결과인 것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한국인들은 가난해서 고기도 마음껏 먹지 못한다더라는 내용을 보았다. 그러다가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가 올랐다는 말에 가격을 보고 싸다고 또 한 번 놀랐더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하다. 한국 사람들이 비싸서 고기를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쇠고기를 가리키는 것이었으니까. 반면 그 말을 중국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돼지고기는 전부터도 값싸게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였다. 어려서도 쇠고기는 진짜 무슨 날이나 되어야 국으로 먹었지만 돼지고기는 그래도 때때로 볶거나 굽거나 찌개로 곧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냥 생각났다. 한 마디로 한국 요리에서 고기 육이 들어가면 쇠고기가 주재료로 쓰였다는 것이고, 중국 요리라면 돼지고기가 주재료로 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쇠고기가 들어간 국수요리 이름이 우육면이기도 하다. 쌀밥에 고기국이라 하면 쇠고기국이다. 문화의 차이가 단어의 차이를 만든다. 별 것 없다.
그런데 왜 한자전환을 하면 유지가 안되고 바로 한글이 덧씌워지는 거지?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당황스럽네. 이유를 찬찬히 알아봐야겠다.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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