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목 언저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목 언저리서부터 어깨를 지나 새끼손가락까지 아프고 저렸다. 심지어 자다가 아파서 눈을 뜰 정도였다. 도대체 왜?
라운드숄더를 거의 고치면서 최근 견갑골 주위 근욕들을 강제로 푸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쓰지 않아 굳어버린 근육들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나마 겉으로 드러난 큰 근육들은 강제로라도 어떻게 늘리고 단련해서 아프고 힘들기는 해도 바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데 속엣 근육들은 아니다. 굳이 자신이 쓰이지 않더라도 다른 근육들로 대체할 수 있기에 아예 그런 게 있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꽁꽁 숨어 죽은 듯 잠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굳이 주변의 근육들을 다 풀어주어 일깨우지 않는 이상 뭔가 이상이 있다는 사실마저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한 부위를 풀어주면 그 안에서 오히려 또다른 이상이 발견되고는 한다. 그래서 풀어주고, 또 풀어주고, 그러면 또 다른 근육에 문제가 나타나고.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위치를 특정하기 힘들었다. 등과 목 사이다. 견갑골 안쪽이다. 목과 어깨 사이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능형근일까? 견갑하근? 견갑거근? 아니면 최장근이나 장늑근, 혹은 판상근일까? 판상근도 사실 상태가 좀 안 좋기는 하다. 라운드숄더가 이래서 문제다. 견갑골 주변의 거의 모든 근육에 이상이 생긴다. 하지만 그래도 갑작스런 통증의 원인까지는 아니다.
상후거근이라는 근육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처음 알게 된 근육들이 꽤 된다. 이상근도 처음 알았고, 박근도 처음 알았고, 반건양근, 반막양근, 전경골근, 오훼완근, 기립근도 최장근과 장늑근으로 크게 구성되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요방형근도 전에는 몰랐던 근육이었다. 바로 그 최장근, 장늑근, 판상근 등 목을 지탱하는 근육과 견갑골을 움직이는 능형근 사이에 상후거근이 있었다. 그리고 이 상후거근에 이상이 생겼을 때의 증상이 내가 느끼는 그것과 유사했다. 바로 마사지볼로 상후거근 위치를 눌러주었다. 바로 여기다.
더럽게 아프다. 그러니까 척추에서부터 견갑골 아래까지 죽 따라가며 마사지볼로 눌러주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고 나니 더욱 손과 팔이 저린다. 자극이 온 것이다. 문제는 여기가 스트레칭이 되는 곳도, 운동으로 강화할 수 있는 곳도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늘어나 있어 통증이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은 주변 근육들도 같이 굳어 있어 별 느낌이 없다가 주변 근육들이 풀어지니 그 증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물론 새끼손가락 쪽이 저리는 증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글씨를 쓸 때 손에 힘이 없어 날려쓰는 습관도 그래서 아주 오래 되었다. 키보다 자판 두드릴 때도 새끼손가락은 쓰지 않는다.
이제 남은 과제는 판상근과 상후거근인 듯하다. 상후거근은 스트레칭 자체가 안되니 꾸준히 마사지볼을 굴려주는 수밖에 없다. 판상근을 늘려주고, 오른쪽 대퇴이두근도 조금 늘려주고, 데드리프트 무게 올리느라 긴장한 기립근도 달래주고. 20년 넌 넘게 아무 생각없이 막 산 대가다. 그래도 정상에 다가가고 있다. 20년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인체의 해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다. 뼈와 근육에 대해서는 아주 상세하게 속근육까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이 알고 있다. 그만큼 많은 곳이 망가졌다. 자세는 바로 가져야 한다. 너무 늦었지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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