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요즘 드라마들이 별 재미가 없었다. 아마 글쓰는 것을 보고 대충은 눈치챘을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제외하고 글에 성의가 없었다. 사실 성의있게 쓸 만큼 관심있게 보지도 않았다. 그나마 '유령을 잡아라'에 기대를 걸었지만 갈수록 실망만 커져가며 이제는 손놓아 버린 상황이다. 이제 슬슬 드라마를 끊을 때가 된 것일까? 뭘 봐도 재미가 없고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으니.
하지만 아니었다. 혹시나 드라마 불감증인가 싶었는데 그냥 그동안 드라마들이 나와 전혀 다른 취향이었을 뿐이다. 제목을 보고서 과연 이 드라마를 봐야 할까? 첫장면을 보면서 그냥 흔한 범죄스릴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오히려 내용이 진행될수록 흥미도 재미도 커져만 갔다.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이기도 할 소심한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억눌린 욕망처럼 일탈적인 짜릿한 쾌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호구라 불릴 정도로 소심한 주인공이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니.
아마 대부분 육동식과 같은 억눌린 부분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차마 말하지도 못하고 감히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그러나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싶은 억울함을 누구나 하나씩은 거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슈퍼히어로에 그리 열광들 하는 것일 게다. 그런 초인적인 힘으로 자신의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런 모든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이라면? 그저 남들에게 당하기만 하던 호구에서 오히려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면? 기억을 잃으면서 또다른 자신이 자신을 대신하게 된다. 우연히 손에 넣은 사이코패스의 일기가 마치 족쇄에서 풀려나듯 그를 다른 사람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과연 육동식은 다이어리에 적힌 그대로 스스로 사이코패스 살인마라 믿게 된 만큼 실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될 것인가? 그래서 1회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감질난다. 물론 상업드라마라는 것을 산다. 상업드라마란 절대 대중의 관성과 기대를 거슬러서는 안되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살인마 주인공은 너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살인마라 믿게 된 만큼 거칠것이 없게 된 원래는 소심했던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어쩌면 일상의 억눌린 부분을 대신 풀어주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저런 재수없는 상사와 동료들이 너무 많다. 왜 나는 이렇게 선량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어쩌면 현실의 히어로물일 것이다. 단지 과정과 방식만 다를 뿐 평범 이하이던 만인의 호구 육동식은 사소한 계기로 기연처럼 손에 넣은 살인범의 다이어리를 통해 전혀 다른 자신으로 거듭난다. 전혀 다른 자신으로 거듭난 육동식이 어떤 활약을 보여 줄 것인가. 통쾌했으면 좋겠다. 역시나 일상에 억눌린 나를 대신해서. 윤시윤이야 믿고 보는 배우일 테니. 지루함이 싹 사라졌다. 간만에 내게 맞는 드라마인 듯하다. 지켜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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