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역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무거운 소재를 그러나 일상의 가벼운 코미디로 녹여낸다. 주제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사람 사는 세상 역시 정글과 같은 약욱강식의 세계다. 강자가 잡아먹고 약자는 잡아먹힌다. 그런 문명화된 야생에서 피식자이던 누군가가 우연한 착각으로 인해 포식자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될까?
자기가 연쇄살인을 저지른 무서운 사이코패스라 믿어버린 그저 선량하기만 한 소시민이 이제까지와 다른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그저 무섭고 어렵고 억울하기만 하던 것들이 스스로가 포식자가 되어 버린 순간 한순간에 풀려 버린다. 가만히 그저 참고 속으로 누르기만 할 때는 여전히 억울하기만 하던 일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풀려 버린다. 이제는 자신을 우습게 보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두렵게 여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오해와 착각으로 인한 것이라면?
서인우는 육동식이 살고 있는 정글같은 세계를 의미한다. 여전히 세상은 살벌하게 누군가를 죽이고 또는 죽임을 당하며 돌아가고 있다. 혼자만 착각 속에 살고 있다.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그는 히어로가 된다. 세상의 규칙에서 벗어난 반영웅이다. 사이코패스답게. 잔혹한 연쇄살인마답게. 그러니까 누구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누구도 지레 꺼리거나 할 필요가 없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순조롭게 모든 것이 풀려 나간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강자와 약자가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
과연 나였다면? 내가 육동식이었다면? 아마 대부분 그런 상상을 한 번 쯤 해 보았을 것이다. 확 다 뒤집어 버리고 싶다. 나를 욕하고 우습게 여기는 놈들이 나에게 겁먹고 우러로보게 만들고 싶다. 당연히 대부분 그저 망상으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 평소 감히 생각조차 못했던 일들이 현실처럼 또다른 자신으로 주어졌다. 이제는 내가 포식자다. 내가 강자다. 내가 저들을 잡아먹으려 한다.
하지만 꿈인 것을 아니까. 그저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아니까. 또다른 자신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는 느낌으로. 그래도 통쾌하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이 아닌 것이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한 편으로 후련하고, 한 편으로 민망하고, 그래도 어딘가는 그런 일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비록 드라마 속 이야기일지라도. 그만큼 억눌려 있는 탓이다. 어떻게 육동식은 자신을 괴롭히고 함정에 빠뜨리려는 저들을 마음껏 응징할 것인가. 포식자로서 당당히 자기 자리를 되찾을 것인가.
어쩌면 그런 점에서 서인우 역시 육동식과는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인우도 결국은 강자들 속에서 약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래서 강자가 되는 꿈을 꾸려 한다. 전혀 다른 자신이 되어 전혀 다른 대상들에게. 약자들을 살해하면서 자신이 강자라는 착각에 빠진다. 진짜 강자라면 굳이 그렇게 잔혹해질 필요도 없다. 누군가의 꿈은 현실에 있고 누군가의 현실은 꿈에 있다. 역시 인간의 아이러니다. 재미있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두의 거짓말 - 정영문의 반격과 밝혀진 진실, 그러나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0) | 2019.11.25 |
---|---|
모두의 거짓말 - 마침내 잡힌 인동구,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0) | 2019.11.24 |
사이코패스 다이어리 - 일상의 히어로, 간만의 흥분과 기대를 느끼다 (0) | 2019.11.21 |
모두의 거짓말 - 마침내 밝혀진 신사업의 진실, 그리고 허탈함 (0) | 2019.11.18 |
청일전자 미쓰리 - 직장이 아닌 자신의 일상을 지키려, 그러나 불편했던 이유 (0) | 2019.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