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구단 자체를 해체하고 싶은 구단주와 어차피 해체될 구단을 우승시키고 싶은 단장이 만난다. 단장 역시 구단을 해체시키고 싶은 구단주의 의도를 알았고, 그럼에도 해체될 때까지 단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 뿐이다. 구단주의 목적 자체를 거스르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자기만의 목적과 자부심으로 행동하려 한다. 사소하게 부딪힌다. 그래도 모양 나쁘지 않게 해체해야 한다는 족쇄가 단장에게는 기회가 된다.
둘 다 자기가 급여를 받는 회사의 이익을 거스르며 자신의 목적만을 추구하려 했었다. 물론 둘 다 이기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었지만 주어진 업무에 대한 열정과 순수성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좋은 선수를 찾아내서 스카우트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선수에 지나치게 이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성장과정을 바로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마냥 그 사정을 외면만 할 수 없었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스카우터이기 이전에 야구인이고 인간으로서 그의 양심이고 소신이고 신념이었다. 반면 고세혁 팀장은 달랐다. 프로야구단 스카우트 팀장이라는 자신의 지위와 책임을 개인의 이익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어느새 패배에 익숙해진 팀의 어느 누구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외부인이기 때문이다. 이세영도 백승수를 통해 배워간다. 진정한 신뢰는 맹목적인 믿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며 실제 확인하고 나서야 진정으로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서라는 것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법이든 도덕이든 윤리든 서로를 옭아매기 위한 규범들을 만들어내고는 하는 것이다. 신뢰가 깨지는 것은 간단하다. 그야말로 한 순간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 때는 설사 누군가 배신했더라도 신뢰는 유지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속고 손해보는 비대칭적인 신뢰관계다. 다른 말로 이용이든 기생이든 부를 것이다. 반면 처음부터 서로가 배신하고 이용할 것을 가정하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미연에 감시하고 막는다면 더이상 서로를 의심할 일도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라고 있는 것이 리더일 것이다. 리더란 룰을 만드는 사람이다. 조직에 규범과 질서를 강제하는 존재여야 한다. 오랜동안 드림즈에는 그런 리더가 없었다. 그러면 안된다. 그래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한 손에는 채찍을, 한 손에는 당근을, 그렇게 어르고 달래며 모두를 한 방향으로 나가게 할 중심적 존재가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란 존재다. 트레이드된 임동규도 그런 경우였었다. 그저 사람 좋기만 한 리더란 차라리 전체를 위해 해악이 될 수 있다.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드림즈에 제대로 된 리더가 들어온다. 그것도 구단을 해체시키고자 하는 구단주에 의해 고용된 월급쟁이 단장이. 그런 단장이 드림즈를 어디까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어제도 썼지만 그저 드림즈라는 가상의 프로야구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더 흥미로운 것이다. 지금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는 자신들의 현실과 드림즈라는 안에서부터 썩어가는 프로야구단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자신은 아닐까? 자신 역시 그렇게 실패와 좌절에 익숙해지며 희망과 열정이란 말을 어색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럼에도 결과로써,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행동으로써 자신이 먼저 움직여 사람들을 끌어간다. 어차피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체념이 그래서 서로 대비된다. 체념으로 인해 스스로 정체되어 타락해가고, 그런 체념이 있기에 오히려 더 과감하고 단호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다음 시즌을 위한 용병의 영입이다. 고세혁을 정리하고 스카우트 팀을 정리한 뒤 다음 시즌의 즉시전력을 위해 미국으로 용병을 테스트하기 위해 날아간다. 여기서는 또 어떤 구태와 관행과 싸우고 또 부수고 깨뜨릴 것인가. 역시 드라마에는 영웅이 있어야 한다. 결과가 필요한 것은 드림즈만이 아니란 것이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몇 주의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너무 길기만 하다. 확실히 시원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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