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혼수리공 - 그냥 몸살처럼, 삶의 흔적처럼

까칠부 2020. 5. 21. 06:45

사람의 몸도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부딪히고 혹사당하는 사이 어느새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날 당연하게 조명등을 갈려다가 문득 깨닫게 된다. 어깨가 아프다. 팔이 위로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혹은 걷는데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어쩔 수 없이 멈춰서 어딘가 기대 서야만 한다. 병원에 찾아가야겠지.

 

아마 병원을 찾아 검사해보면 알겠지만 몸이 완전히 정상 그대로인 사람은 오히려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딘가는 고장나 있다. 근육이든 관절이든 아니면 신경이든. 내장은 정상일까. 그런 점에서 정신질환이란 몸살과도 닮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을 너무 혹사시켜 걸리는 몸살처럼 자신을 너무 혹사시킨 결과가 아닐까. 자기 때문일수도 있고 아니면 주위의 다른 누군가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아주 특별한 특정할 수 있는 사람들만 걸리는 병이 아니란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걸릴 수 있고, 걸린 것도 모르고 여전히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중일 수도 있다. 그래서 흥미롭다. 정작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사마저 상당한 정신적 외상에 여전히 신음하고 있는 중이다. 진짜 치료와 구원이 필요한 것은 의사인 이시준 자신이 아닐까.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환자를 거부하고 내치고, 그건 환자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이시준다운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아버지가 남긴 흔적처럼 그에게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치료한다기보다는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없었던 것으로 아예 지우기보다 이겨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차라리 정신병동 이야기는 그냥 일상물처럼 그려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평범한 일상물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아프고 나아가는 과정을 그릴 수 있으면 어떨까. 의사부터가 아직 너무 처절해서. 처음 여유를 가지고 환자를 보는 듯한 모습이 숨막힐 듯한 집착으로 바뀌며 인상이 달라진다. 아쉬운 부분이다. 병원정치도 이제는 너무 식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