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

현대 중국무술이 박제화되어 가는 이유

까칠부 2020. 6. 5. 05:09

원래 팔극권을 배우면 벽괘장도 함께 배워야 했었다. 팔극권의 기술 대부분이 근접한 거리에서 최대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살대적으로 거리가 긴 벽괘장으로 그 단점을 보완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같은 이유로 소림사에서도 단타와 담퇴를 함께 배우고 있었다. 물론 나한권과 같은 소림의 권법은 또 따로 배우게 된다.

 

어떤 무술이든 완벽할 수 없다. 장점이 있으면 그만큼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옛 무술가들은 여러 명사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무술을 배워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했었다. 당연한 것이 전근대사회에서 무술가들에게 무술이란 생존의 수단이었고, 따라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실전에서의 실력을 높여야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러 무술가들의 고사를 보더라도 원래의 스승이 있었음에도 어려서 다른 유파에 가서 무술을 배우거나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집안에서 전해지는 무술의 경우는 다른 스승을 함께 모시고 같이 연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슨 말이냐면 원래 중국무술이란 매우 실전적이었고 그래서 매우 유연했었다는 것이다. 다른 유파의 기술을 배우는 것을 꺼리지 않았었고, 당연히 다른 유파에 기술을 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여러 문파들의 전승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유파끼리 교류하며 기술을 주고받은 것이 적지 않았고, 실제 현재 여러 유파의 기술 가운데도 그렇게 교류한 흔적들이 적잖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MMA라고 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실전적인 무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겠는가. 무술의 전통을 지킬까. 아니면 적극적으로 다른 기술을 받아들여 더 위력을 높여야 하는 것일까.

 

태국의 무에타이만 해도 20세기 이전까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에타이가 무서워진 것은 근대 이후로도 끊임없이 다른 격투기의 기법들을 받아들여 실전을 통해 발전시켜 온 결과인 것이다. 한 마디로 당대의 수많은 격투기들을 종합해서 중국무술의 현대화를 이루고자 했던 이소룡의 절권도에 중국무술이 나아갈 지향점이 있다고 하는 결론인 것이다. 세계화된 시대에 과거의 환경에 맞춰 발전하다 정체되어 버린 과거의 기술에 집착하는 것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나 맡기면 되는 것이다. 하긴 중국에서도 더이상 실전을 목적으로 무술을 배우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만.

 

필요하다면 자기 유파에 없는 관절기도 배우고, 무기술도 배우고, 발차기도 배우고, 유연성이 부족하다면 그것을 기를 수 있는 기술을 찾아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손기술에 비해 보법이 부족하다면 알맞는 보법을 배워서 추가하기도 한다. 싸워서 이기기 위해 기술을 배우는 것이지 기술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정체는 곧 퇴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