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번외수사 - 유성국 시장의 한 가지 리얼리티와 한 가지 판타지

까칠부 2020. 6. 7. 08:04
하나는 리얼하고 하나는 허무맹랑하다. 검사는 죽이는 수사로 명성을 얻고 덮는 수사로 부를 쌓는다. 명성과 승진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죽일 수 있고,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어떤 사건이라도 덮을 수 있다. 자기가 음주운전으로 살인까지 저지르고서도 무고한 사람을 살인자도 만들어 더욱 명성을 얻고 시장까지 되었으니 이 얼마나 모범적인 검사인가.

허무맹랑하다는 부분은 정확히 둘이다. 첫째 검찰이 같은 검찰의 범죄를 애써 수사해서 구속하거나 기소까지 하는 일따위 거의 없다. 동영상에 나온 인물이 유성국 시장인지 어떻게 알아보고? 검사들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하나같이 눈이 나쁘다. 사명감도 남달라서 같은 검사일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는 공평무사함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경찰이 무려 전직이라지만 검사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받아서 수갑을 채운다는 자체가 판타지라는 것. 더구나 감히 언론이 검찰의 범죄를 폭로하다니 그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검찰이 그렇다면 똥을 금이라고 목에 걸고 다닐 것들이 바로 언론이란 것들이다. 강무영이 보도하고 싶어도 방송사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스릴러치고 상당히 예상 가능한 전개고 구성이었었다. 어쩌면 너무 정석적이고 잘 맞물려 돌아가는 친절한 구성이 장르에 익숙한 시청자로 하여금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하필 그 장면에서 여의사가 손에 붕대를 감고 있을 게 무언가. 범인이 남자라면 성전환수술이란 방법도 있다. 피해자가 같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동기는 그와 관련되었겠지. 다만 의사자격증에 대한 관리가 꽤 엄격했을 텐데 남자이던 시절의 장도일을 죽은 것으로 처리하더라도 여자가 된 자신은 어떻게 의사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더구나 같은 산부인과 의사로써. 나이까지 적지 않은데 그동안 다녔던 대학이며, 수련받은 병원들이며, 의사로서 쌓아 온 경력들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드라마니까. 유성국을 잡는 장면도 좀 무리수가 많지 않았을까.

아니 그보다는 역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더 집중하느라 수사과정에 대한 묘사가 허술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기는 한데 개인과 주변의 이야기들이 너무 많고, 수사나 취재과정에서도 그를 드러내는데 더 분량을 할애하느라 수사와 취재과정에서의 치밀함이 떨어진다. 캐릭터를 보는 재미는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주인공 차태현의 아버지 마동석의 영정사진은 볼 때마다 웃음만 치민다. 수사드라마를 기대하기보다 그냥 등장인물들끼리 아웅다웅하는 캐릭터물로써 보는 쪽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딱 어울리는 구성이다. 돈많은 경찰과 일단 몸부터 앞서나가는 열혈PD와 약장수를 겸하는 전직 프로파일러, 그리고 시체성애자까지. 이 조합으로 어디까지 어떤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가만 차태현이 맡은 진강호의 캐릭터에 매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아마 그리 심각하거나 진지해질 필요 없이 가볍게 웃으며 기상천외하게 범인을 잡는 통쾌함을 즐기는 드라마로 기획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도라면 제법 통하는 바가 있다. 다만 조금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 하지만 드라마라는 것이 완전무결을 요하는 예술작품도 아니고 현실의 한계 속에 대중과 공감하는 미디어상품이다. 일단 재미있으면 된다. 벌써 5회가 지났는데 이제 겨우 팀이 꾸려지고 본격적으로 사건들을 쫓기 시작한다. 지켜본다. 요즘 드라마 타율이 그리 좋지 못하다. 내가 문제인지 방송사들이 문제인지.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