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벌써 3년 만이다. 다시 실직자가 되었다. 다른 말로 구직자다. 원래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서 진작에 그만두고 싶었는데 마침 장마를 앞두고 기회가 되었다. 원래 나가서 일할 시간에 뒹굴거리다가 하수구 역류하려는 것 틀어막은 걸 생각하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 스스로 위로하는 중.
아무튼 확실히 3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당시는 아무거라도 해 보려 해도 워낙 월급들도 적은데다 체력적으로 걱정이 많아서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 달에 고정으로 지출되는 돈이 있는데 어지간한 월급 받아서는 굶으며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돈 많이 주는 일자리는 당장 건강이 좋지 않으니 감당이 될까 걱정이었고. 그래서 고르고 고르다가 집 가까운 곳에 그리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어 보이는 일로 조금 더 돈을 아껴쓰면 되겠지 고른 것이 지금까지 하던 일이었었다. 그래서 일하면서도 항상 말했었다. 집 안 가깝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내가 체력에 자신이 있었으면 이 일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다. 사실 그 동안도 최저임금이 두 번이나 크게 오르면서 월급까지 덩달아 오르며 경제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었던 바 있었다. 아껴쓰며 버텨보겠다 시작한 일이었는데 덕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며 제법 나름대로 저축도 하면서 미미하나마 자신을 위한 사치도 누리며 지냈었다. 아니나다를까 구직자가 되어 구인사이트 뒤져보니 3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내가 원하는 수준의 급여를 조건으로 내건 일자리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동안 따놓기만 하고 돌아보지도 않았던 자격증만으로도 나 혼자면 한 달 먹고 사는 데에 크게 문제가 없는 정도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것 괜찮지 않은가. 그런데 더욱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 가운데도 3년 전처럼 높은 급여를 보장하는 일이 제법 보인다. 3년 전과 지금의 나는 체력적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어지간히 대단한 곳에서 경력을 쌓지 않은 이상 경력을 인정받으며 조건도 좋은 곳에 재취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걸핏하면 나이를 앞세우는 문화 만큼 대부분 사용자들이 다루기도 성가신 나이만 많은 아저씨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때문이다. 왜 하필 아저씨들이냐면 내 경험으로도 대부분 나이만 많은 아저씨들이 꼭 일하다 말고 나이값을 하려 든다는 것이다. 일하는데도 나이가 벼슬이다. 더구나 다른 곳에서 경력까지 쌓았으면 그만큼 자신이 대단한 존재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한 번 데이고 나면 나라도 나이만 많은 아저씨들과는 일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래서 나이 먹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일이 편하면 돈이 안되고, 돈이 되면 몸이 피곤한 일들이 대부분이란 것이다. 괜히 40대에서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은 게 아니다. 40대에 재취업하려면 일단 최저임금부터 신경쓰며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3년 전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는 일을 찾다가 지금 일을 하게 되었었다. 착각이었다. 오히려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었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운동한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3년,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있는지 3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당장 일을 그만두기 전 데드리프트 100kg 3개 한 세트를 성공했는데 그 정도면 동년 사이에서 꽤 인정받을 정도는 된다. 기본적으로 근력이 되면 근지구력도 따라온다. 하루 운동에 쓰는 시간이 두 시간이란 것이다. 이만하면 어지간히 힘쓰는 일을 해도 감당이 되지 않겠는가. 아무리 100kg 이상 되는 무게를 혼자 들라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무슨 일을 해 보면 좋을까?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뭘 해도 된다. 뭘 해도 상관없다. 남들이 꺼리는 체력을 상당히 필요로 하는 일도 급여가 높은 만큼 한 번 쯤 도전해 볼 법 하다. 3년 전 쫓기듯 조건을 좁혀가며 일자리를 구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간다. 물론 그럼에도 나이라는 현실의 제약은 어쩔 수 없다. 3년 전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적어졌다. 이렇게 늘고 저렇게 줄고 그래서 결국은 비슷해 졌는가.
아무튼 그러니까 나이 먹을수록 운동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었을 적에야 운동같은 것 안해도 얼마든지 건강하다. 아무리 체력이 약해도 하루만 쉬고 나면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든 피로가 풀리고 생생해진다. 하루종일 굶고 나서 다시 밤새서 술마시고 나도 다음날이면 또 놀러다닐 수 있다. 그런데 서른 꺾이면서부터 하나씩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며칠을 쉬어도 피로는 쌓이기만 하고, 하루만 무리해도 며칠 동안 고생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체력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운동으로 단련한 지금의 내 상태가 20대 시절 운동이란 남의 이야기라 여기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힘만 조금 더 세졌을 뿐 회복력이나 지구력이나 그때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잘 풀려서 순탄하게 지금 직장에서 정년을 맞을 수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아니라면 결국 믿을 건 특히 남자에게는 체력 뿐인 것이다.
3년 만에 구직자로 돌아와서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체력에 자신이 있으니 일자리를 구하는데도 이렇게 여유가 있구나. 물론 그렇다고 남들 부러워할만한 그런 좋은 자리는 내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모두가 대단한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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