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

데드리프트가 스쿼트보다 무서운 이유

까칠부 2020. 8. 12. 15:56

스쿼트를 100kg으로 5x5세트로 한다. 그런데 데드리프트는 같은 100kg으로 3x1이 한계다. 두 세트 해 보려 했는데 역시 두 번 째 세트서는 회수가 한 번으로 줄어들더라. 혹시라도 100kg 들고 105kg 한 번 들고 나면 다음 세트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원래 그동안 데드리프트를 95kg으로 3x3으로 구성해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95kg 들 적에도 4번까지는 들지 못했었다. 그리고 3세트 진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반복회수는 3회로 유지되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힘을 다 쓰며 운동한 것이 아니란 뜻이다. 이상하기는 했다. 매번 실패지점까지 3회 한 세트로 하는데 어떻게 3세트를 3회로 계속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100kg에서 똑같이 3회 한 세트가 가능하다. 다만 다음 세트에서는 반복수가 떨어진다. 정상이다.

 

그냥 겁먹은 것이었다. 뭣도 모르던 시절에는 스쿼트가 데드리프트보다 더 무서웠다. 하도 주위에서 그리 떠들고 해서 혹시라도 스쿼트 하다가 잘못하면 어디 크게 다치지 않을까. 그런데 운동을 계속하며 바벨의 무게도 늘어나자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진짜 무서운 건 스쿼트가 아니라 데드리프트다. 스쿼트는 요령만 알면 어지간해서는 다칠 일이 없지만 데드리프트는 아무리 능숙해져도 아차하는 순간 몸에 큰 무리를 가져 올 수 있다. 바로 척추 때문이다.

 

척추는 척추를 따라 가해지는 압력에는 매우 강한 편이다. 그러려고 S자로 휘어있는 것이고, 각 부위의 굵기까지 다른 것이다. 어지간해서 척추를 따라 가해지는 압력에 의해 척추 자체에 손상이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서 오래전 어머니들은 무거운 것을 나를 때 머리에 이고 했었던 것이다. 똬리라는 게 원래 무거운 것을 머리에 일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머리에 올리던 받침대를 뜻하는 말이었다. 커다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있어도 자세만 똑바르면 목을 다칠 일은 거의 없다. 반면 생긴 모습 그대로 척추에 수직으로 가해지는 압력에는 매우 취약하다. 대부분 척추에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이와 같은 경우로 인한 것이다. 그러면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비교해 보자. 척추에 어떻게 무게가 실리고 있는가.

 

스쿼트는 기본적으로 수직운동이다. 엉덩이를 뒤로 빼는 것이 아니라 바벨을 중심으로 수직으로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이다. 다만 관절이 생긴 모양으로 인해 그 과정에서 고관절은 뒤로 빠지고 무릎도 앞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자세가 바뀌더라도 바벨의 무게는 정확히 척추를 따라 발바닥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여기서 자칫 자세가 흐트러지면 자연스럽게 척추를 따라 흘러내려야 할 무게가 어딘가서 멈추며 그대로 관절에 부하를 주게 된다. 지나치게 엉덩이를 뒤로 뺀다면 고관절 대신 척추가 그 무게를 감당할 것이고, 무릎이 앞으로 나간다면 무릎에서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부상이 생기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위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대해서는 무릎이나 고관절이나 다른 관절들도 상당히 강한 편이기에 쉽게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데드리프트는 다르다.

 

데드리프트에서 광배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다름아닌 바벨을 다리에 바짝 붙여 척추와 발바닥 고관절의 중심을 유지해 준다는 것이다. 광배근의 힘이 빠지면 억지로 무게중심을 맞추느라 고관절이 지나치게 뒤로 빠지며 힘을 쓰지 못하거나, 아니면 고관절에 맞추느라 바벨이 멀어지며 바로 척추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전자는 어차피 힘을 쓰려고 해도 안되는 상황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후자의 경우 억지로 들려 하면 고관절에 실려야 할 무게가 척추 중간에서 중력을 따라 수직으로 아래로 흐르게 된다. 바로 데드리프트하다가 허리를 많이 다치고 하는 이유인 것이다. 자세가 틀어지면서 바벨이 몸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순간 고관절로 향하지 못한 무게가 허리를 통해 중력을 따라 아래로 흐르기 시작한다. 주위에도 그래서 무작정 데드리프트 시작했다가 허리디스크 와서 하체운동은 시도도 못하는 젊은 친구가 하나 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데드리프트를 할 때 시작단계에서 힘 들어가는 것 보고 이건 좀 무리겠다 싶으면 바로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일단 일어서면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싶으면 시도조차 않고 그냥 앉은 자세에서 바로 힘부터 풀어 버리고 만다. 물론 그 상태에서 억지로 힘으로 일어나려 했으면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95kg에서 3회 한 세트 했는데 100kg에서도 똑같이 4회 반복에서 실패지점이 왔다면 95kg에서 아직 힘을 남겨두고 있었다 보는 것이 옳은 것이다. 심지어 3회 한 세트로 3번 계속 반복하는 동안 반복회수의 저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건 아무래도 쉽지 않겠다. 스쿼트는 내려가다가 아무래도 힘들겠다 싶으면 중간에 멈추면 된다. 하프로 하고, 다시 무게 내려서 제대로 풀스쿼트로 한다. 별 차이는 없을까. 다만 내려가는 도중에도 중단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스쿼트에 비해 들어올리는 순간 자칫 실수가 있으면 큰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드리프트가 더 위험하다 할 수 있다.

 

아무리해도 데드리프트가 잘 늘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데드리프트 무게가 스쿼트보다 10kg정도 앞서고 있었다. 데드리프트 100kg을 들 때까지. 그러니까 100kg 처음 든 것이 벌써 작년이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반복회수는 1회에서 3회로 늘었다. 1rm 기준으로도 5kg은 더 늘었을 것이다. 대신 스쿼트는 당시 80kg으로 5x5하던 것을 이제는 100kg 5x5 하고 있는 중이다. 딱 그때부터 데드리프트 무서운 걸 알았던 터라. 아마 내가 운동하다 다치면 다른 운동보다 바로 이 데드리프트가 아닐까.

 

물론 중급자 이상이 보기에는 한심한 수치일 것이다. 고작 100kg 가지고 뭐 잘났다고 그리 떠드는가. 하지만 불과 3년 전 20kg 가지고도 낑낑대던 사람이 나였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무게를 치기 시작한지도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벤치프레스를 시작한 것이 딱 1년 반 전이다. 그런 사람도 있다. 어느새 운동하는 자체를 즐기게 되었지만 여전히 건강이 무엇보다 더 소중하다. 다치지 않는 게 내가 운동하는 첫째 목적이다.

 

아무튼 데드리프트는 무섭다. 하면 할 수록 무섭다. 반면 스쿼트는 알면 알수록 만만해진다. 물론 그래봐야 1rm은 데드리프트 말고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다. 다치면 손해다. 먹고 살아야 한다. 안전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