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장겨울이나 추민하나 의사들이 환자나 의사 아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듣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의사들 사이였기 때문은 아니었는가. 간호사들은 의사들 없을 때 정작 의사들에 대해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었을까.
흥미로웠다. 난 처음 국평오가 뭔 말인가 싶었다. 의사들 진료거부 비판하는 글에 수능점수 운운하는 댓글이 달렸길래 미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의사들 의대생들 사이에서 지금 떠도는 말이라 한다. 국민 평균 오등급. 수능 1등급인 자신들에 비해 한참 열등한 존재란 뜻이다. 참고로 난 학력고세대에고, 학력고사 최종점수도 어지간한 수도권 의대 갈 정도는 나왔었다. 부모님이 재수하라 그리 강권했던 이유. 그런데 다시 그 고생 하기 싫어 합격한 대학 다녔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게 의사 의대생들 떠도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드라마속 인물들에 대한 이면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한 마디로 장윤복 장홍도는 수능 1등급에 의대생이라는 자부심에 아마 다른 사람들 꽤나 무시하고 다녔을 것이다. 어째 장윤복이 만나던 남자친구와 싸우고 있더라. 아마 가장 앞장서서 국시 거부해야 한다며 홍도까지 압박하고 있는 중일지도. 그리고 장겨울 추민하 용석민 또 누구냐? 전공의들은 지금 파업하느라 눈앞에서 사람 죽어나가도 돌아보지도 않을 테고. 심정지 환자를 거부해서 길에서 죽게 만든 병원이 그들 병원이었을지 모른다. 병원 바닥에 가운을 벗어 깔아 놓은 것은 이익준이었을까, 양석형이었을까, 채송화였을까. 환자를 외면한 채 제자들 위한다고 김준완은 사표를 던졌을 테고.
그렇게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나오면 정말 재미있겠다. 의사들 사이의 끈끈한 동료애와 인간관계가 적나라하게 그려진다면. 장겨울이 인국공 외치며 진료거부를 주장하고, 추민하가 부동산정책 비판하며 환자를 위해서라도 환자를 외면해야 한다며 산부인과를 등뒤로 하고, 장홍도와 장윤복은 수능점수도 낮은 놈들이 의사되어서는 안된다며 인터넷에서 키배를 뜬다. 그런 제자들을 교수들은 흐뭇하게 바라본다.
머리 깨져보란 말이다. 머리 깨져서 병원 갔더니 봉합할 의사가 없단다. 그냥 가죽만 찢어졌으니 망정이지 뒤로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히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하필 '악의 꽃' 지난 회차를 보는데 그렇게 또 한 사람이 죽는 모습이 나왔다. 도대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협회로부터 뭘 얼마나 받아 쳐먹은 것일까? 그런 의사가 오히려 더 많겠거니 여겼더니 그렇지 않은 의사가 오히려 더 절대다수였다. 특히 전공의, 의대생들은 아예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실적이라고? 내가 그딴 걸 왜 봤지?
검찰개혁을 그동안 막아 온 것이 수사하는 검사를 멋지게 묘사한 드라마였을 것이다. 그런 이미지를 은연중 대중 사이에 퍼뜨린다. 방송국과 검찰 사이의 유착이야 이미 다 드러난 상황이고. 이번 의사들 진료거부의 성과다. 리얼한 의학드라마의 기준이 바뀌었다. 돈 쳐먹은 거 아니면 제대로 만들라. 내일 머리 스태플러 뽑으러 간다. 욕나온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밀의 숲2 - 마침내 드러난 거대한 구조의 일말, 사건과 사건을 잇는 고리를 찾아 (0) | 2020.09.14 |
---|---|
비밀의 숲2 - 서동재의 납치, 그리고 피, 검경수사권조정이라는 정치 속에서 (0) | 2020.09.06 |
미씽 - 죽은 이들의 마을과 시체찾기? (0) | 2020.08.31 |
비밀의 숲2 - 쉬운 길을 찾아서, 인간이 악하지 않고 약한 이유 (0) | 2020.08.30 |
비밀의 숲 시즌2 -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경갈등, 시사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 (0) | 2020.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