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2 - 서동재의 납치, 그리고 피, 검경수사권조정이라는 정치 속에서

까칠부 2020. 9. 6. 07:20

뭔가 호흡이 많이 느리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검경수사권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무척 흥미롭기는 하다. 덕분에 경찰의 일선 지구대에서 일어난 단순자살로 처리된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과정이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까지 더해지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만일 자살이 아닌 살인이고 경찰 가운데 누군가 자살로 은폐하려 했다면 경찰의 입장이 매우 불리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동재가 묻혀 있던 사건을 들고 우태하를 찾아 온 것이고, 그 의도를 저지하기 위해 최빛 역시 한여진으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도록 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진실이 검찰과 경찰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그런데 단지 검찰과 경찰 사이의 치열한 정치싸움의 일환에 지나지 않았던 지구대의 경찰 사망사건이 현직검사인 서동재의 실종으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만일 세곡지구대에서 경찰이 사망한 사건이 자살이 아닌 살인이었고 그와 연루되어 현직 검사까지 납치된 것이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지는 것이다. 검경수사권조정이 문제가 아니다. 작게는 검찰이란 조직에 속한 동료가 실종된 것이고, 크게는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법을 집행하는 현직 검사에게 위해를 가한 중대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었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 사이에 치열하게 부딪히던 수사권조정과 관련한 갈등이, 그리고 그를 위한 자살사건의 이면이, 여기에 더해 공권력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범죄와 맞닥뜨리게 된다. 혹시라도 여기에 현직이든 전직이든 경찰이 개입되어 있다면 그것으로 상황은 완전히 종료되는 것이다.

 

솔직히 한조그룹의 후계분쟁은 굳이 끼워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 주된 사건과 크게 접점이 없어 보인다. 이연재가 나왔어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었을까? 이연재 말고 전작에 출연했던 그녀의 아버지나 오빠 역시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냥 사족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한 편으로 전작에서 보여준 놀라운 반전을 떠올려 본다면 결국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지구대에서의 사망사건이 커지고 커지면서 더 큰 스케일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오히려 지금 유력한 용의자로 여겨지고 있는 전 동두천경찰서장이나 행방을 감춘 김수항 등이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 검찰과 경찰 사이의 분쟁이 한 순간에 기울게 될 것이기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낚시가 아닌가.

 

전체적으로 전작과 달리 매 회, 매 주 단위가 아닌 드라마 전체를 한 호흡으로 보고 그에 맞춰 끌고가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빛이나 우태하나 전작과 다르게 캐릭터가 그렇게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황시목과 한여진도 전작에 비하면 매우 평범해졌다. 아무래도 첫작품이다 보니 매회 강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했던 전작에 비해 안정적으로 각각의 캐릭터에 다양한 측면을 부여하며 전체를 유기적으로 구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일주일단위로 기억도 감정도 초기화되기 쉬운 연속드라마에서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지난회에서 무엇을 봤더라? 어떤 느낌과 감정을 남기고 이야기가 끝났더라? 그러니까 오늘은 뭘 기대하고 지켜보면 될까?

 

어쨌거나 그래도 일단 피부터 튀고 나니 드라마에 대한 긴장감과 몰입도가 달라진다. 아마 그를 위한 밑그림이었을 것이다. 전작에서도 다중적인 매력을 보이던 서동재가 이번에도 역시 더 일상적인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로 하여금 이입하도록 유도한다. 그런 서동재가 실종되었다. 납치되어 감금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고 피까지 흘리고 있다. 과연 세곡지구대 경찰사망사건이 문제인가? 아니면 이연재와 연관된 것이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인가? 황시목과 한여진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게 된다. 현직 검사가 사라졌다. 사라진 현장에 핏방울까지 떨어져 있다. 전작의 완성도를 생각할 때 조금은 기대해 봐도 좋지 않겠는가. 세력간의 정치싸움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취향에 매우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