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부모를 악귀가 살해했다면 그 정체는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소문의 전임 카운터였던 철중을 살해한 악귀는 중간다리 역할이고 진짜는 소문의 부모를 살해한 그놈이고 아마도 악귀의 최종단계가 아닐까 추측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가장 강한 최종목표가 등장하는 것보다 그쪽이 몰입도도 더 높을 것이라 판단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악당 치고도 상당히 하급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만큼 더 강해지면 될 테니까. 그만큼 더 악랄해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두려워할 만큼 강하고 악해서 카운터가 모두 출동하고도 땅의 힘까지 빌리지 않으면 상대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되는 것이다.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 자기를 죽이려 한 아버지를 염력을 사용해 살해했다. 과거의 기억에서까지 자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의 영혼과 동료였던 철중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놈을 잡아야만 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일까? 악귀가 단순히 자기 의지로만 그동안 살인을 저질러 온 것일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중진시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3선 시장과 태진건설의 사장과 그들의 손발이 되어 온 놈들과도 가모탁이 잃어버린 기억과 소문의 죽은 부모를 위해서라도 크게 맞붙지 않으면 안된다. 최악의 능력을 가진 악귀와 더불어 경찰마저 마음대로 부리는 현실의 권력과도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흥미롭게 그려낼 것인가. 주인공이 울고 짜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것도 그런 과정들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와 싸우고 무엇을 무찔러야 하는지 목표가 주어졌다. 부모의 영혼을 구해야 한다.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가모탁의 과거 기억과 원한을 되찾아야 한다. 그들은 이미 팀이었지만 더욱 팀이 되어야만 한다. 소문의 성장도 그래서 아직 먼 이야기다. 그야말로 왕도라 할 수 있다. 성장하고 합심하여 강대한 적을 무찌르지 않으면 안된다. 히어로물이다. 일상의 비중이 아쉽기는 하지만 드라마의 목적은 그것이다.
가모탁과 소문이 잃어버린 과거 기억의 접점에서 조금씩 그들이 상대해야 할 적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들이 응징해야 할 현실의 악이다. 카운터로써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인 악귀의 존재 역시 그와 함께 얽혀 있다. 동료인 도하나와 추매옥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연들도 그런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하나로 만나 이어질까 아니면 별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될까. 아마도 다음주는 도하나의 차례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은 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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