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 밝혀지는 중진시의 비밀, 지청신을 찾다

까칠부 2020. 12. 21. 07:38

아마 대부분 노항규의 말을 듣는 순간 저수지의 정체에 대해 거의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가모탁이 저수지가 진짜 저수지를 가리키는 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당분간 가만 두고 보라. 그 저수지가 저수지가 아니었다.

 

하긴 저수지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뉘앙스가 그랬었다. 저수지란 물을 담아두는 곳이기도 하지만 다른 뜻으로 무언가를 의도하여 모아두는 곳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인다. 트럭과 항공사진과 현직 검찰이 잠복수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바로 익숙한 장면 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에이, 설마...

 

이제와서는 너무 식상한 설정이기도 하다. 어지간해서 기업 끼고 뭔가 비밀이 있으면 유독한 폐기물을 은밀히 유기하거나 매장한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장소에 시신을 비밀리에 유기한 사실도 역시 다른 작품에서 흔히 보이던 설정이었다. 하긴 건설회사에서도 다양한 화공약품들이 쓰이기는 한다. 건설폐기물 가운데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유독한 것들이 적잖이 있다. 그런데 그 정도 유독폐기물들이 식수원으로 흘러들어가는데 몇 년이나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기란 힘들다. 유독물질은 유독한 만큼 꼭 그런 티를 내게 된다. 너무 억지스럽지는 않은가.

 

그러면서 한 편으로 중진시에 지청신 말고도 상급의 악귀가 하나 쯤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 보게 된다.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저같은 행위가 카운터라는 소문 일행의 정체와 연관되어 있지 않으면 카운터라는 설정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자칫 인간세상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카운터의 규칙이 발목을 잡으며 이야기만 지루하게 꼬아 놓기 쉽다. 아쉽기는 했었다. 지창신 하나 정도면 어떻게 땅이 열리고 카운터들이 다 모이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에 반전 겸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악귀를 등장시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카운터가 되어 악귀를 쫓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카운터들의 과거의 악연이 악귀의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는 구성도 흥미를 더하기는 한다. 도하나의 과거와 연관된 삼촌이 악귀가 되어 나타났고, 소문의 부모를 살해한 범인이 악귀 지청신이듯 가모탁과 추매옥과도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과거의 원한과 미련이 악귀라는 사명과 함께 그들을 시험하듯 하나씩 그들의 앞에 나타난다. 소문도 그 과정에서 자신이 카운터로서 해야 할 카운터의 사명과 다른 자신의 목표를 찾게 된다.

 

아무튼 아니길 바랐을 정도로 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원래 장르물이란 그런 뻔함 속에서 반전과 변주를 기대하며 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청신 이후 그보다 더 강한 악귀가 등장할 것인가. 하긴 아직은 지청신도 버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