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람과 정의로운 사람의 차이는 악인에 대한 태도에 있을 것이다. 선한 사람은 악인에게도 선인으로 보이길 바라고, 정의로운 사람은 악인에게 악인으로 여겨지길 바란다. 악을 그토록 혐오하고 증오해서 근절하려 하는데 악인에게 선인으로 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악인에게도 선해지려는 경우가 많다.
아마 작가는 위정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 바라는 영웅이란 어떤 모습인가. 대부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구원이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했다. 기껏해야 산적이고, 기껏해야 사람이나 죽이는 무뢰배들인데 어째서 동양이나 서양이나 민중들은 로빈후드와 양산박의 도적떼를 그토록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었던 것인가. 멀쩡한 명문가의 자제인 장비마저 어느새 그런 무뢰배들을 닮아갔을 정도였다.
악은 악으로. 독은 독으로. 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도덕이나 윤리나 사회의 규범과 관습이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파격을 기대한다. 콜롬부스의 달걀이고 고르디움의 매듭이다. 그러기를 바라고 위정자들에 국민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주권으로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다. 헌법이 어떻고, 법의 원리가 어떻고 그런 복잡한 원리보다 악인을 징벌하고 당장 고통받는 선인들을 구하라.
사실 불편했었다. 장한석은 강자였을 것이다. 최명희 역시 강자였다. 그렇게 편하게 마음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조직도 없이 홀로 떨어진 마피아 하나가 마음놓고 상대할 대상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홍차영도 총상을 입고 장한서는 끝내 죽임을 당하고 말았었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들이 강자임을. 그들이 룰을 지배하고 있음을. 자신이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그래서 장한석이나 최명희나 끊임없이 자신을 죽이라 빈센조에게 요구했던 것이었고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는 살려달라며 애걸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최초 죽임을 당했다면 두려움의 대상으로써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죽음을 당했겠지만 그들의 최후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약자의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었다.
방심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반영웅 빈센조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이었다. 그들을 강자로 죽게 하지는 않겠다. 자신의 룰 아래 철저히 약자로서 죽도록 만들겠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삶을 갈구하며 자신 앞에 철저히 무릎꿇도록. 일개 도적들인 양산박의 산적들에게 조정은 관직을 내렸고 조정의 주요한 적들을 막도록 명령을 내렸다. 양산박의 산적들은 거기서 끝났지만 빈센조는 한 걸음 더 나갔다. 결국에 자신들도 약자일 국정원 직원들의 도움까지 받으며 철저히 저들을 응징하고 말살한다.
정의로워서가 아니다. 악인이기 때문이다. 단지 악을 증오하는 악인이기 때문이다. 악을 무엇보다 혐오하는 악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을 저지르며 똑같이 악인을 응징하며 단죄한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의로 여겨진다. 입으로만 정의를 떠드는 놈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드라마다. 진정 대중이 바라는 정의란 무엇이며 어떤 것인가.
시대가 바뀌어도 근본은 다르지 않다. 어차피 세상의 질서란 강자가 만드는 것이다. 법도 윤리도 도덕도 강자를 중심으로 짜여진 질서인 것이다. 그래서 파천황이다. 그래서 혁명이다. 빈센조란 혁명이다. 별 것 아닌 금가프라자의 사람들을 투사로 전사로 자신의 주인으로 바꾼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빈센조의 시즌제도 그런 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볼 법하다. 아예 국제적으로 빈센조라는 반영웅의 활약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은 영웅을 바란다.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수호하는 영웅이 아닌 모든 것을 깨부술 수 있는 파천황의 반영웅이다. 고담의 밤을 지키는 것은 슈퍼맨이 아닌 배트맨인 이유와 같다. 마지막이 그래서 후련하면서 안타깝다. 아쉽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D.P - 안준호의 도넘은 조석봉 무시, 위계란... (0) | 2021.08.29 |
---|---|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더이상 볼 수 없는 이유 (0) | 2021.07.03 |
빈센조 - 빈센조의 악의가 장한석을 이긴 이유 (0) | 2021.04.26 |
빈센조 - 금가프라자의 까사노 패밀리, 흑사회의 이유 (0) | 2021.04.25 |
로스쿨 - 양종훈이 칼에 찔린 이유 (0) | 2021.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