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을 때 안주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덕에 술먹기 전에는 더 많은 안주를 즐기기 위해 금식을 하는 편이다. 대부분 술안주들이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칼로리로 인한 제약에서 보다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칼로리 섭취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손발이 떨릴 정도로 굶주림을 견디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째서 전근대의 영웅호걸들은, 그리고 병사들은 그토록 술을 좋아하며 즐겼는가.
고작 제육볶음이다. 명태무침이 포함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인당 막걸리 두 병 씩 해 치우고 공복감에 떨리던 손발이 안정을 찾고 심지어 상당한 힘까지 느껴지기 시작한다. 전근대에는 하루 두 끼가 오히려 상식이었었다. 고작해야 빵 반 덩이로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상당했었다. 성인 남성의 하루 임금이 빵 한 덩이 정도였었다. 그만큼 항상 대부분 사람들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배고픔을 일상으로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탄수화물로 만들어진 - 증류주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걸죽한 발효주가 뱃속에 들어오게 된다. 알콜의 화끈한 열기와 별개로 발효된 탄수화물의 효과가 바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지금 딱 내 상태다. 술먹기 전까지 손발에 힘이 없었는데 힘없기는 여전한데 그럼에도 손발에 활력이 느껴진다. 그래서 영웅호걸들은 술을 탐하고,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서는 병사들에게 술을 먹였을 테지. 그래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병사들에게 필로폰을 먹였을 것이다. 마약이다. 버서커란 다른 게 아니다. 술쳐먹고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자기 힘보다 더 힘을 쓰며 싸우는 놈들이 남들 보기에 버서커처럼 보였을지 모르겠다.
어째서 농부들은 일을 하던 도중 막걸리를 마셔야 했을까? 발효된 탄수화물은 흡수율이 매우 높다. 그래서 운동 후 맥주에 대해 탄수화물 보충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마저 있을 정도다. 심지어 막걸리는 거르지조차 않아서 곡물의 가루가 그대로 술에 가라앉은 상태다. 탄수화물의 힘이다. 그리고 그를 이끌어내는 알콜의 힘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째서 탄수화물에 집착하는가. 탄수화물이 곧 에너지일 테니까. 에너지는 힘이고 삶이다. 인간의 근원이다.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희열 표절의혹과 창작에 대한 대중의 수준, 냉소적인 이유 (0) | 2022.07.11 |
---|---|
소드 아트 온라인 2기 - 유우키와 브라만과 장자의 꿈, 버추얼 머신의 미래 (0) | 2021.07.11 |
조선전기 오위진과 탱커의 위력 (0) | 2021.05.16 |
느린 좀비에게 인류가 멸망하는 이유 (0) | 2021.05.08 |
내가 조선구마사의 시나리오를 썼다면? (0) | 2021.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