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

잔근육이란 것을 만들고

까칠부 2021. 7. 4. 18:26

아마 지금 내 몸이 흔히 말하는 잔근육에 가까울 것이다.

 

근육 생길까봐 조심해 운동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주 죽을 힘을 다해서 내가 들 수 있는 최대의 무게로 무려 4년 넘게 발악하듯 운동을 해 왔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른바 잔근육이다.

 

보디빌더들 트레이너들 하는 말 하나 틀린 것이 없다. 죽을 똥 살 똥 운동해도 잔근육도 만들기 힘들다. 근육 생길까 걱정하며 운동하는 건 정말 병신짓이다. 하물며 여성이라면야.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어야 그나마 근육이 있는 티가 난다. 여름이라면 옷들이 얇아서 근육이 있다는 티를 팍팍 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봄가을만 되도 과연 내가 운동을 하기는 한 것인가. 주위에서 너무 말랐다며 살을 더 찌워야겠다 말하는 자체가 근육이 그만큼 볼 품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근육을 목적으로 운동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내가 운동한 목적은 근육이 아닌 재활과 힘이다. 아직 몸이 완전히 정상이지 않음을 느끼고 있기에 더욱 정상으로 되돌리는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힘을 위주로 운동을 진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또 살펴보니 힘과 근육을 따로 분리하는 자체도 과학적이지 못하다 한다. 힘을 쓰는 만큼 근육은 생겨나고, 근육이 자라는 만큼 힘도 세지게 마련이다. 다만 보디빌더와 파워리프터의 차이라면 힘을 쓰는데 필요한 체지방에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도 체지방 20%를 유지하는 이유다.

 

체지방이 적어지면 아무래도 힘을 쓰는데 불리하다. 체지방이 적으면 글리코겐도 적고 글리코겐이 적으면 근육이 쓸 수 있는 에너지도 적어진다. 지방도 글리코겐도 없는 상황에 더 큰 힘을 쓰려면 근육을 분해해야 하는데 그건 운동목적을 벗어난 것이다. 하물며 나는 육체노동을 한다.

 

체지방률 20% 아래에서는 아무래도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반면 20% 이상에서는 어지간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체지방 만큼 불어난 근육들이 지금 제법 몸집이 있어 보이게 해준다. 아마 이 지방들 다 커팅하면 꽤 불쌍한 꼬라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해도 해도 부족한 것이 운동인 듯하다. 더 잘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만족한다. 그리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