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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게임이 망하는 이유? PC라고 하는 면죄부이자 포상

까칠부 2024. 12. 1. 16:01

이른바 AAA급이라 불리우는 게임들이 과연 PC때문에 망하는 것일까? 요즘 유튜브 보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대작개임이 정작 출시되고 잘 안 팔리면 무조건 PC때문이라고 몰아가는 모양이더라. 이 게임에는 어떤 PC요소가 있어서 망했다. 그러니까 게임은 재미있는데 캐릭터 선택할 때 성소수자를 선택할 수 있어서 망했다고? 오히려 개발자 입장에서는 명예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포상인 것 같은데? 내가 게임은 잘 만들었는데 대중이 PC를 이해하지 못해서 망했다. 그런데 진짜 그런가?

 

그러니까 2000년대 이후 하드웨어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배급사들이 직접 개발사에 투자하면서 개발과정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더이상 게임은 아이디어로만 만들어지지 않게 되었다. 보다 고도화된 성능만큼이나 게임 하나를 만드는데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개발에 필요한 시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게임들이 2D그래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아직 열악한 하드웨어 성능만큼 쓸데없이 의욕만 넘쳐봐야 게임의 구동에 지장만 생길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까지 개발자 사이에 유행어처럼 떠돌던 말이 프로그래머에게 너무 좋은 컴퓨터를 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자기 컴퓨터에서만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면 정작 유저들 가운데 그 게임을 하지 못할 사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엔비디아와 부두에 이은 ATI, 그리고 ATI를 인수한 AMD를 중심으로 3D하드웨어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고, 따라서 발전한 만큼 성능을 모두 활용해서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인력과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게 되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 그래픽카드 성능을 측정하던 단위 가운데 폴리곤이라는 게 있었다. 아마 부두3가 700만 폴리곤을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 했었던가? 많아 보이지만 그게 필드에 존재하는 모든 배경과 오브젝트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절대 많은 양이 아니다. 그래서 당시 실제 플레이하는 게임캐릭터들에 요구되던 폴리곤 숫자가 100을 넘지 않았었다. 나도 그래서 막 들어온 신입을 대신해서 시험삼아 20폴리곤짜리 사람 캐릭터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덕분에 당시 게임들 보면 모델링 자체는 폴리곤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조악하고 단순한 가운데 텍스처로 나머지를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었다. 그런데 지금 게임 그래픽성능 이야기할 때 폴리곤이란 단어를 쓰던가?

 

마치 이전 아날로그TV에서 HD로 넘어오며서 보다 높아진 해상도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했던 것처럼 게임그래픽 역시 고도화된 3D하드웨어에 맞춰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는 되어야 사람들이 우와 놀라서 한 번 더 돌아보고 사주기도 할 테니 그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말한 것처럼 더 막대한 인력과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욕만 가지고 개발사를 차린 개발자들이 그런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게임개발에 퍼블리셔들이 아예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마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만한 큰 돈을 긴 시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손해를 보지 않도록 개발과정까지 직접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아예 IP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서 전혀 상관없는 개발사에 개발을 맡기는 횡포에 가까운 일들마저 이제는 아예 일상처럼 벌어지기도 한다. 원래 자기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게임인데도 정작 후속작인 전혀 엉뚱한 다른 개발사가 만드는 상황마저 일상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이제 게임개발의 주도권은 퍼블리셔들에게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든 일본 애니메이션이든 대자본이 투입되는 컨텐츠들에는 한 가지 서로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모험을 꺼린다는 것이다.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실패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성을 갖는다. 그러기 위해서 대부분 상업적인 성공을 노리는 대작들은 기존의 작품들을 최대한 참고해서 성공을 답습하고 실패를 배제하려는 노력들을 보이게 된다. 한 마디로 성공할 것 같은 이미 검증된 요소들을 짜깁기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러한 구태들을 가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하며 놀라움과 감동마저 안길 수 있는 대표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자신만의 작품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헐리우드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몇 가지 요소들만 걷어내면 사실상 줄기는 같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도 다르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야 하는 AAA급 게임들을 보면 새롭기보다는 보다 놀라운 기술력을 과시할 뿐인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있는 집대성적인 게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또 그래야 성공을 거둘수도 있었다. 문제는 말한 것처럼 대부분 답습하면서도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와 투자한 자원에 비례하는 고도의 기술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요소들 가운데 한두가지만 삐끗한다면? 그리고 그 기술력이 더이상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요즘 게임들은 어지간해서 거의 그래픽이 다 좋다. 예전에는 진짜 AAA급 게임은 되어야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수준을 이제는 어지간하면 거의가 구현해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전 2D시대와 비슷하다. 개발인력도 고작 10명이 채 안 되는 군소개발사나 개발인력만 천 단위에 이르는 대형개발사나 실제 게임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픽하드웨어의 성능이 정체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이 정체되어 버린 때문이다. 일정 이상 수준이 올라가면 더이상 사람의 눈으로 그 차이를 느끼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돈도 더 많이 쓴 만큼 대작게입들의 그래픽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그런 디테일까지 따지는 경우는 어지간한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니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대충 즐기는 수준에서는 일정 이상의 그래픽 수준이면 충분히 준수한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실패하지 않을 요소들 위에 몇 가지 특징을 얹어 내놓는 게임들에서 더이상 사서 할 만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사실 그래서 이전부터도 많은 대작게임들이 미디어와 실제 유저들의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 참패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넘어간 게임개발사도 수두룩하다. 게임개발사 뿐만 아니라 그를 유통하던 퍼블리셔들까지 덩달아 넘어간 경우마저 있다. 왜? 자기들딴에는 무척 재미있고 잘 만든 게임이라고 내놓았는데 실제 유저들의 기대와 크게 벗어나 있었으니까. 유저들의 취향이 바뀐 것도 있고, 비슷한 다른 게임들로 인해 그 플레이가 식상해진 것도 있다. 아니면 개발자가 생각하던 재미와 유저가 생각한 재미가 달라서 엇갈린 경우도 또한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개발자의 의도와 실제 유저의 요구가 맞지 않아 벌어진 결과였다. 이런 정도면 재미있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재미도 없고 해 볼 만한 매력도 없었다. 실제 PC 때문에 망했다는 게임들도 보면 도대체 이게 어떤 게임인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냥 그래픽이 어떻다더라, 투자한 자본이 얼마라더라, 몇 가지 특징들을 말하기는 하는데 그래서 뭐라는 건가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이미 시장에는 할 게임들이 차고 넘치는데, 아니 기껏 돈주고 사놓고도 시간이 없어 못하는 게임이 발에 채이는데 굳이 그런 게임까지 하라고?

 

한 마디로 못만든 것이다. 제대로 유저들이 즐길만한 게임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개발자의 역량이 그 정도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자의식만 괜히 강하면 그런 유저들을 대상으로 정신승리를 하려는 경우마저 나오기도 한다. 늬들이 내가 만든 게임의 가치를 이해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PC가 끼어든다. 실제로는 그냥 게임이 재미없을 뿐인데 PC라서 재미없는 것으로. 그리고 개발자 입장에서도 PC라서 이해받지 못한 것으로. 그래서 PC를 제외하면 진짜 게임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져 있는가?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일단 게임이 재미있으면 PC고 뭐고 닥치고 하고 보는 게 원래 게이머라는 인종들인 것이다. 독도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전략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실제 구입해서 실행까지 해보고, 너무 발전이 없는 게임내용에 쌍욕하며 접어버렸던 것처럼. 재미있으면 논란 그게 뭔 소용이야? 

 

결국은 뭐냐면 게임유튜버라지만 게임을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게임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는 나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유저들도 적잖이 있었지만 유튜브 시대에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어진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감상이 분석을 대신해 버린다. 이건 PC다. 그리고 끝. 왜 PC이고 어째서 PC고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PC가 처음이고 끝이며 전부다. 그래서 정작 PC가 뭐냐고 물으면 죄다 PC다. 파렴치학원을 조기종결케 한 일본 학부모단체도 PC다. 퀸의 미국상륙을 막았던 여장뮤직비디오가 영향을 미쳤던 미국내 보수성향 또한 PC다. 죄다 PC다. 답이 없는 것이다. 무지가 지성을 이긴다.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사회의 초상일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못만든 개발자들은 면죄부를 얻었고. 자신들의 정의를 이해받지 못해서 망했다. 그냥 못만들어 망한 것이다. 다른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