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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탈워에 대한 최종평거:삼국지 연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만든 게임

까칠부 2024. 12. 7. 20:01

흔히들 삼국지라 부르는 소설 삼국지연의의 원전은 연극대본에서 비롯된 삼국지평화였다. 삼국지라고 하는 이야기자체가 송대 이후 주로 민간에서 연극으로 소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송대에 이르러 연극이라고 하는 새로운 서민문화를 통해 재구성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다양한 편집들이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투장면이다.

 

현대연극에서도 당연히 불가능한데 기껏해야 시장 한 귀퉁이에 임시무대를 세우고 배우 몇 명이서 연기하는 수준이던 당시의 연극에서 수 천, 수 만의 대군이 맞붙는 전장을 구현한다는 것은 그냥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연극제작자들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군이 맞붙는 전쟁을 지휘관인 개인 장수의 무력에 의한 대결로 대신하고자 했었다. 삼국지연의에서 대군을 이끌고 전장에 나선 장수들이 엄하게 말타고 달려가서 자기들끼리 칼부터 맞부딪히는 이유였다. 그러면 당시의 좁은 무대 위에서도 삼국지에 나오는 전투 대부분을 묘사해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삼국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었다.

 

즉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싶은 삼국지의 전장이라는 것은 실제처럼 대군을 일일이 지시해가며 싸우는 전장이 아닌, 영웅적인 무장들이 나서서 전장을 휘젓고 결정짓는 그런 소설속에 나오는 전장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내 경우가 그렇다. 관우라고 하는 소설에서 보았던 영웅적인 무장을 휘하에 두고 그 활약을 보고자 하는 것이지 관우가 어떻게 군을 지휘했는가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실제 관우가 지휘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지휘하는 것은 나고 관우는 그냥 유닛의 하나로만 존재할 뿐인 것이다. 더구나 게임을 하다 보면 실재했던 무장들보다 소설에도 나온 적 없는 가상의 무장들이 발에 채이고 그들을 중심으로 부대를 편성해야 하는 때가 너무 많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게임을 하다 말고 지루함을 느끼고 만다. 전장을 지휘하면서도 지겹다는 느낌마저 받고 만다. 최소한 코에이 삼국지는 그렇게까지 빨리 질리지 않았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손책이라는 영웅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장합이라고 하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뛰어난 명장을 휘하에 두고 지휘하게 되었을 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데 솔직히 코에이 삼국지에서도 장합은 항상 여러모로 애매하게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애정이 아니면 잘 안 쓰게 되는 이유다. 장료도 애정으로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그보다 여러모로 못미치는 장합이야. 하지만 그래도 토탈워처럼 잡장취급은 아니다. 심지어 썩어나는 가상무장들로 인해 그 존재감은 더욱 애정이 없으면 묻히고 만다.

 

겨우 두 번 엔딩 보고 게임을 아예 지워 버린 이유다. 물론 게임을 30분 이상 하면 키보드 앞에 엎어져 버리는 고양이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굳이 하려면 그깟 고양이의 방해 쯤이야. 덕분에 덩달아 얼마전 세일해서 구입했던 토탈워 워해머마저 지루해져서 바로 지워 버렸다. 코에이가 삼국지 게임의 본가인 것은 맞는 모양이다. 코에이 삼국지에 길들여진 것도 있겠지만. 삼탈워에 대한 최종 평가다. 이거 만든 놈들은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 본 적 없는 놈들이다.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놈들이다. 그 간극을 느낀다. 재미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