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서는 망까기라 불렀다. 비석이라는 말은 망까기 도중 벌칙게임에서 나온다.
일단 망까기의 기본 룰은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그대로 망이라는 이름의 돌을 던져서 땅에 세워 놓은 돌을 맞춰 넘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으로 끝인가? 당연히 그래서는 하루종일 해가 떨어질 때까지 놀 수 없다.
일단 비석에 대해서는, 망을 던져서 땅에 세워 놓은 돌을 맞추기는 했는데 넘어지지 않았다면 다시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이때는 처음처럼 수평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모로 세워서 난이도를 높여 다시 도전케 했었다. 이때 완전히 모로 돌려서 던지는 사람과 수직이 되게 하면 비석, 비스듬히 45% 각도로 세우는 것을 반비석이라 불렀다. 비석은 아예 흔들리지도 않았을 때, 반비석은 그나마 흔들리기는 했을 때 주어지는 재도전이자 벌칙게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 한 번에 던쳐서 맞추고 나면 다음 단계가 있었는데 바로 돌을 중간에 던진 뒤 깨금발로 뛰어 그 돌을 밟고서 다시 집어들고 던지는 것이다. 처음은 깨금발로 한 번 뛰어서 밟고 던지고, 그것을 성공하면 다음에는 두 번을, 그 다음에는 세 번을, 최대 다섯 번까지 뛰어야 했다. 말이 쉽지 아이들 몸으로 한 발로 뛰어서 돌이 있는 곳에 정확히 착지하는 것부터 난이도가 있는데다가, 그것을 두 번 세 번 쉬지 않고 뛰어서 정확하게 돌을 밟고 멈춰서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였다. 더구나 던지는 것도 한 발로 서서 던져야 했으니 중심을 잡기도 쉽지 않다.
그러면 깨금발로 뛰어 던지면 끝인가? 그런데 사실 초등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왜냐면 이 모든 과정은 상대의 망을 까는 행위가 계속해서 실패없이 성공해야만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해야 한다. 서로 편을 나누어 놀이를 하는데 한 쪽 편이 모두 성공해야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 중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이후의 단계는 운이 좋아야 하루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것들이었다. 바로 몸에 올리고 걸어가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던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네 번에서 다섯 번 깨금발로 뛰어 던졌기에 더이상 던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그때부터는 자신의 몸 위에 올려서 상대의 망까지 걸어가서 떨어뜨려 쓰러뜨리게 된다. 처음에는 발등이다. 발등에 올리고 떨어뜨리지 않은 채 걸어서 상대의 망까지 가야 하는데 글로 설명만 해도 난이도가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발등이 성공했으면 다음은 배, 그 다음은 가슴, 그 다음은 겨드랑이, 그 다음이 어깨, 마지막이 머리다. 머리 다음은 해 본 적이 없으므로 나도 알지 못한다. 아마 그때 같이 놀았던 아이들 가운데도 대부분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머리에 이고 가던 돌을 떨어뜨려 세워놓은 망을 맞추는 것은 이미 기술의 영역을 넘어선 운의 영역이었을 테니. 참고로 여기서 망이란 손바닥 정도 크기의 편편한 돌을 뜻한다. 규격화된 장난감이 아닌 길가다 비슷하면 주워서 쓰는 그냥 돌맹이들이었다. 모양도 제각각인데다 표면도 일정하지 않아서 몸 위에 올리고 걸어가는 것부터 난이도였었다.
그냥 드라마 보다가 떠오르기에. 아마 이거 다 하려 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에피소드 하나는 다 잡아먹었을 텐데. 시즌 1에서 구슬치기도 그랬지만 아이들 놀이라는 게 꽤 심오하기도 하다. 어릴 적 이야기다. 아직 골목들이 아스팔트로 덮이기 전.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어렵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하고 싶어도 못한다. 지금은.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무협드라마의 와이어액션, 눈물을 찔끔한 이유 (0) | 2023.03.27 |
---|---|
성리학과 한류, 보편성에 대한 집착과 성과 (0) | 2022.09.05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자폐와 일반의 경계 (0) | 2022.08.28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쭈그리와 내가 노트북을 산 이유 (0) | 2022.08.20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고려말 불교가 폐단으로 여겨진 이유 (0) | 2022.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