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가양조 중 원당으로 가당하기? 백설탕을 추천하는 이유!

까칠부 2025. 3. 14. 18:16

간혹 밀주 유튜버들을 보다 보면 당분이 부족한 원재료를 발효시킬 때 만들어질 술의 양을 늘리기 위해 설탕을 추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 과일들이 생각보다 당분이 많지 않아서 필요한 양의 술을 만들려면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과일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당분이 많아서 충분하다 싶은 과일의 경우는 또 너무 비싸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적당히 원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면서도 최소한의 필요한 양을 만들기 위해 설탕은 어쩌면 개인이 술을 만들려 할 때 필수적일 수 있다. 물론 그다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일단 설탕이 들어가면 그 만큼 맛과 향이 떨어진다. 특히 증류주라면 더욱.

 

문제는 그렇게 설탕을 추가하는 유튜버 가운데 굳이 원당을 권유하는 경우일 것이다. 설탕은 물에 녹이면 무색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미, 무취까지는 아니다. 당연히 단맛이 있고, 더구나 설탕 특유의 냄새도 있다. 원당의 경우는 그게 더 심해서 더욱 봉지를 뜯는 순간 진한 설탕냄새가 코를 찌르곤 한다. 그러면 당은 술을 만드는 동안 효모에 의해 알콜로 바뀌면서 사라질 테니 그 냄새도 그렇게 발효과정에서 지워질 것인가. 바로 그게 문제인데 원당의 그 냄새가 어디서 왔는가를 떠올려봐야 한다. 설탕의 냄새가 원당에서 왔다면 원당의 냄새는 어디서 왔는가? 바로 여기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류주 가운데 하나인 럼이 나오게 된다. 럼에는 증류하는 순간 바로 느껴지는 고유한 향이 있다. 바로 사탕수수의 향이다. 정제하지 않은, 그리고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더 지독하게 느껴지는 냄새일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고구마로 고구마소주를 만들었다. 만들다가 조금 짜투리가 남아서 거기에 당화효소와 효모만 넣어 원주를 만들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에 설탕도 듬뿍 넣었다. 바로 그 원당이다. 그리고 술이 럼이 되었다. 향은 분명 고구마소주인데 입에 넣으니 럼의 맛이 더 강하다. 원당이 고구마를 잡아먹은 것이다. 사실 이전부터도 느끼기는 했었다. 복숭아 소주를 만들 때, 그리고 바나나 소주를 만들 때, 심지어 보리차 찌꺼기로 보리소주를 만들면서도 무언가 술에서 다른 냄새가 난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고구마 소주 만들 때도 원당 남은 걸 다 처리한다고 한꺼번에 때려넣은 것이기도 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 설탕을 거의 쓰지 않기에 남겨봐야 딱히 쓸 일도 없다. 그래서 그냥 쓸데없는 것 정리한다고 원당을 죄다 넣어서 만들었더니 덕분에 원당의 맛과 향만 더 도드라지고 말았다. 이건 고구마소주가 아니다. 그냥 럼이지. 만일 럼을 만들고자 한다면 추천할 만할 것이다. 원당만으로 발효해서 증류하면 럼에 가까워진다. 아무튼.

 

결론은 웬만하면 그냥 술 적게 만들고, 그래도 증류까지 하려면 너무 아쉽다 싶으면 백설탕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백설탕도 아주 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원당처럼 증류까지 한 다음에 향이 두드러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필 당밀 가지고 깔루아 만들겠다고 럼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 더욱 느껴 버리고 말았다. 향의 강도에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발효중인 술통 뚜껑을 여니 역시 비슷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런 원당을 그것도 향이 중요한 과일주에 추가한다? 덕분에 원당 3kg 사서 무려 1년 반을 썼다. 정제한 백설탕도 청주에 넣으면 향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데... 향에 민감하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다행히 주위에다 고구마 소주라 사기치고 죄다 넘겨서 남은 것은 없다. 넘어가는 사람이 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