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간결해졌다. 절제되었고, 그러나 여전히 폭발적이었다.
다른 말이 필요할까. 빅마마의 노래실력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그만큼 검증된 가창력이고,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녀들의 실력을 두고는 무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결 간결해진 목소리는 더욱 섬세하게 감정의 선을 잡아내고 있었다. 흐느끼듯 가녀리고 호소하듯 담담하고 그러나 또 폭발할 때는 과연 이것이 빅마마구나. 또 음악들도 다양해서 지루함이란 없다. 지루할 틈도 없이 끊임없이 변주해 오는 그녀들의 목소리는 확실히 매혹적이다.
아무튼 흥미로운 경험이다. 중간 쯤 왔을 때 솔직히 질리고 있었다. 이걸 과연 끝까지 들어야 하는가... 아직은 힘을 뺐다고 해도 너무 두껍고 탁하고 거센 터라. 시원하게 발 담그고 놀려다가 그대로 휩쓸려 어디 태평양 한 가운데 둥둥 떠다닐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야식으로 족발을 시켜먹고 바로 잠자리에 든 느낌이랄까?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마치 껌이 한 차례 딱딱해졌다가 풀어지듯 귀가 풀리며 술렁술렁 들려온다. 제대로 기름진 목소리가 귀마저 녹여버리는 모양이다. 중독되듯 - 아니 이미 그 목소리에 휩쓸린듯. 굳이 듣는다는 느낌도 없이 자연스레 흘러들고 있다. 노래는 귀로 들리고, 손은 다른 일을 하고, 머리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 거슬리는 것도 없고 유리되는 것도 없고 위화감도 없다. 이런 게 과연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이로구나...
중간에 지루해져서 플레이어를 닫으려다가 그냥 내버려두고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느낌이다. 각각의 솔로도 각자의 개성을 잘 담아내어 또한 앨범 안에서 변화를 주고 있고. 아, 이런 사람들이었구나...
수록곡이 뭐가 있는가는 확인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몇몇 좋은 노래도 있고 아니다 싶은 노래도 있지만 뭐, 이건 싱글이 아닌 앨범이니까. 듣는 데 지루함이 없고, 통일감이 있고, 부대낌 없이 자연스레 흘러듣고 있으면 그것으로 좋은 거다. 역시 빅마마.
앨범이나 한 장 사야겠다.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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