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표절에 대한 오해...

까칠부 2010. 6. 23. 17:44

표절이란 창작자의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표절한 원작자와의 민사상의 문제가 더 우선한다.

 

뭔 말이냐면,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한 교회에서 은촛대를 훔친다. 분명 훔쳤다. 그런데 경찰이 장발장을 잡아 교회에 찾아갔을 때 신부는 말한다.

 

"이런, 둘 다 가져가라 했는데 하나만 가져가셨군요."

 

자, 문제. 그러면 장발장은 촛대를 훔친 것일까? 아닌 것일까?

 

촛대는 교회의 사유재산이다. 즉 그 권리란 교회에 있다. 따라서 그 교회를 관리하는 신부라면 그 촛대에 대해 처분할 권리도 갖는다. 양도하든 증여를 하든 돈을 받고 팔든. 설사 도둑질을 했어도 도둑맞지 않았다 하면 그건 애당초 일어나지 않은 행위이다.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될 지 몰라도 그 이상은 없다.

 

표절도 그렇다. 표절에서 전제되는 것은 원작자의 저작권이다. 즉 원작자의 저작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다. 그것을 침해함으로써 원작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는가... 다시 말해 원작자가 그에 대해 인지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그 역시 없는 것이나 같다.

 

실제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힙합의 경우 그 태생부터가 샘플링에 의하고 있기에 무단샘플링에 대해 어떤 네티즌들처럼 그렇게 엄격하거나 하지 않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무단으로 비트나 멜로디, 연주를 갖다 써도 그러려니 하는 뮤지션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경우 표절이라고 신고해봐야 그냥 웃는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다. 딱 들어보니 표절로 시비걸기에는 음악이 너무 좋다. 넘어간다. 같은 창작하는 입장이니까. 굳이 표절로 시비를 걸 상대가 아닌 인디나 아마추어 역시 그다지 건드리거나 하지 않는다. 건드려봐야 이익이 없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모든 경우 법적으로 표절은 성립하지 않는다. 원작자가 인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절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도 그렇다. 어떻게 하라. 그건 표절의 피해자인 원작자가 결정할 문제다. 표절에 대한 인지여부도 원작자가 결정하듯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도 원작자가 1차적으로 결정한다. 그러고 소송을 걸면 재판부가 그에 대해 어떻게 하라 판결을 내린다. 그때 그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표절을 했으니 음반을 모두 회수하라... 혹은 표절로 판명났으니 아예 가수활동 그만두라... 세계 어디에도 그런 법은 없다. 물론 비난이란 있을 수 있다. 그로 인한 인기의 하락이나 대중적인 수모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표절여부 하나로 아예 한 인간을 매장시키는 경우는 없다. 그저 법이 정한대로 원작자와의 협의를 통해서 그 피해를 배상하고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도대체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법이라는 게 무의미하다. 성문법이라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 공적인 규범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그냥 정서법이다. 그냥 여론법이다. 도대체 누가 표절했다고 가수활동접으라 마라 하는가. 누구에게 그런 권리가 있고. 그런 원리가 어디에 있고.

 

얼마전 나도 씨엔블루의 표절에 대해 욕했었다. 아주 심하게 욕했었다. 그렇다고 아예 음악 그만두라고는 하지 않았다. 몰락하라 저주는 했지만 그것은 단지 대중이 그들을 외면해야 한다는 뜻이었지 음악을 할 자격 여부를 말한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들은 당시 표절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원래 내가 씨엔블루에게 하려던 말도 그것이었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 그리고 떳떳하게 활동하라. 그것을 바랬던 것이었는데 아니었으니 오버하기는 했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씨엔블루가 아예 음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인가.

 

너무 지나치다. 정의감은 좋은데 그 선이 없다. 마치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르고, 여자를 음탕한 눈으로 쳐다보면 눈을 도려내는 식의 정의감이다. 단지 길가는 사람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그 일가족을 몰살시키고 호탕하게 무협소설속의 대협객이랄까?

 

망하는 건 결국 대중의 선택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으니 표절이 계기가 되어 음악활동 자체가 망한다. 그것도 대중이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 이유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수활동까지 접으라... 월권이다. 겉넘는다. 그럴 거면 차라리 원작자에게 연락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던가. 아니면 음반을 산 입장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제대로 배상액 떨어지면 이효리도... 아니 오히려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구나. 그것 물어주려면.

 

비슷하다 해서 다 표절인 것도 아니고, 표절했다 해서 무한정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더라도 원작자에 대한 책임이 우선이다. 그것을 이유로 그에 대한 대중의 기대나 가치가 떨어져서 그대로 망하더라도 그건 그 다음 문제. 여론이 정답은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반성했으면 기회를 주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다. 아니 그렇게 해야 나중에 또 잘못을 저질러도 솔직해질 수 있다. 과연 어차피 인정해도 매장당하는데 어느 누가 표절을 인지했다고 표절사실을 인정할까?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하는데. 내가 굳이 레미제라블을 인용한 이유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 말처럼 확실하게 자기 바보인증은 없다고 생각한다. 뇌가 없다는 뜻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