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생계형 아이돌이란...

까칠부 2009. 10. 21. 11:56

원래 내가 기억하기로 생계형 아이돌이란 조롱의 표현이었다. 한승연이 여기저기 말도 안되는 케이블 예능프로에서 망가지고 있을 때,

 

"아이돌이 저런 것까지 하냐?"

 

한국사람은 그런 게 있거든. 부장쯤 했으면 과장 하면 안되고, 과장 한 사람이 대리 하면 안되고, 사장 씩이나 했는데 어디... 아이돌인데 어디?

 

그러나 지켜보니 그게 아니더라는 거다. 솔직히 강지영 구하라가 들어가면서 외모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크기는 했지만 - 메인보컬 김성희까지 빠져나간 공백을 그렇게 악착같이 근성으로 버텨내더라는 것이 어느샌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오홋, 열심히 하네?"

 

그런 것 있잖은가? 양복 입고 처음인 것이 확연한 어색한 말투와 동작으로 지하철에서 물건 팔고 있으면 왠지 필요없어도 사주고 싶은.

 

그때부터였다. 이전까지 아이돌이 뭐 그런 것까지 하느냐는 조롱이 아이돌이 이런 것씩이나 하느냐는 감탄으로 바뀐 것은. 물론 거기에는 한승연을 중심으로 무슨 일이든 열심으로 망가지는 것도 서슴지 않는 멤버들의 진지한 태도도 한 몫 했다.

 

다시 말해 생계형이란 가난한 것을 뜻하지 않는다. 숙소야 작을 수 있다. 하고 사는 것이야 허술할 수 있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겪어보지 않고 성공한 경우가 예전에는 오히려 드물었다.

 

아마 그 향수 때문일까? 아마 그것도 있을 것이다. 어렵사리... 그러나 그보다는 망한 팀을 살리려, 이미 망해버린 팀임에도 끝까지 버티며, 어떻게든 다시 올라가겠다는 의지와 그를 향한 열정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끈 것이었다. 잘 하지도 못하는 삽질을 하며, 버티지 못하면서도 짐을 지고, 얼굴이 벌개져서도 지하철에서 천 원짜리 상품을 파는 전직 부장이며 과장들처럼.

 

그리고 어느샌가 보니 그 어렵던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 있더란 거다. 락 유로 조금 반응을 얻고, 프리티걸과 허니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마침내 미스터...

 

그러나 그래도 카라는 다른 아이돌과는 달리 예쁜 척을 하지 않는다. 고상한 척도 않는다. 스타인 연도 않는다. 가식 없이 솔직하게 내뱉고 솔직하게 망가진다. 망가지는 것도 가식이 있는데, 카라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어려운 시절부터 카라를 지켜봐온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뿌듯함일 것이고, 이제야 처음 카라를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기특함일 것이고...

 

생계형 컨셉? 그러자면 먼저 기획사가 팀을 버려야 한다. 한 번 망해야 하고, 기획사로부터 버려져야 하고, 그리고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기어올라가야 한다. 가식없이 망가질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어야 하며, 항상 열심이어야 한다. 그 어떤 팀도 카라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이며, 카라 역시 이미 더 이상 생계형일 수 없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생계형인 이유다.

 

아마 앞으로도 카라와 같은 팀은 찾아보기 참 힘들 것이다. 데뷔 이제 3년차인가 할 텐데, 벌써 몇 년은 된 듯 그 여정이 파란만장했으니. 그런 와중에 끝까지 버틴 것도 그렇고, 그리고 그 끝에 이리 성공한 것도 그렇고. 과연 누가 있어 이런 카라를 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앞으로도 생계형 아이돌이란 카라만의 전유물이 아닐까 싶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훈장으로, 그녀들의 의지와 열정과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찬사로.

 

아무튼 보고 있으면 기분좋아지는 팀은 카라가 유일할 것이다. 지금이야 많이 성공했지만 일주일 내 스케줄이 없던 때조차 있었다 할 정도면. 이런 성공스토리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나 역시. 그래서 나의 아이돌이다.

 

하여튼 돈 없고 가난하면 생계형이라... 그게 그리 쉬우면. 생계형이라는 말이 조롱에서 감탄으로 그리고 찬사로 바뀔 정도로는 구르고 다시 와야 할 것이다. 생계형? 웃음부터 나는 이유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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