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란 뭐냐면 감상의 대상이다. 사생활이야 어떻든 인간성이야 어떻든 그가 들려주는 음악, 보여주는 연기, 그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에 대해 동경을 가지고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아이돌이란 공감의 대상이다. 왜 아이돌인가? 나이가 어리고 아티스트라 불리기에는 조금 평이하고 그러나 친근한... 아무리 대단한 아이돌도 구름 위의 존재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단지 남들보다 예쁘고 귀엽고, 멋있고, 섹시하고, 그러나 그런 잘난 친구 쯤 되는 존재다.
그래서 아이돌은 노래를 못해도 용서된다. 랩이 안되어도 용서된다. 춤이 안되도 용서된다. 심지어 못생겨도 용서가 된다. 중요한 건 친근함. 거리감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어떤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 카라. 생계형 아이돌이라 그런다. 한승연은 그 표현을 그리 싫어하는 것 같더만, 그러나 그렇게 크게 차이가 없는 숙소라든가, 화장지를 받고 좋아하는 평범한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일 수 없었다. 거리감이 사라지고 내가 힘든 만큼 열심히 하는 그 모습에 호감을 갖고, 그러면서 점차 성장해서 지금은 미스터와 워너를 히트시키며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에 이은 넘버3까지는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함께 성장한다고 하지? 원래 일본 아이돌의 컨셉이 그것이었다. 팬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돌... 그래서 아이돌치고 너무 팬과 거리를 두는 법은 없었다.
아티스트적인 예능은 모르겠다. 워낙 잘 보지 않아서. 그러나 아이돌적인 예능은 안다. 무한도전이 그랬다. 대한민국 평균이하... 그리고 내가 요즘 즐겨보는 남자의 자격도 그렇다. 역시나 공감하며 보고 있는.
오빠밴드의 문제는 진행자라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바로 방향성의 문제다.
밴드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어떤 밴드를 할 것인가? 놀라운 연주실력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감탄케 하고 동경케 할 그런 밴드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서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역시나 평범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
그러나 오빠밴드는 그 어느 것도 아닌 어정쩡함을 택했다. 먼저 멤버들이 거의 가수였다. 전부였나? 아마 김구라와 신동엽 - 그나마도 김구라는 매니저니까 직접 연주에 참가하는 완전 아마추어는 신동엽 뿐이었다. 그러나 그 연주수준은 어땠는가? 그래도 푸른하늘의 유영석과 20년 가까이 음악을 해 온 탁재훈이 포함되어 있었건만, 밴드 기타리스트 출신의 김정민까지 있었음에도 참 어이없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가수들인데 연주가 들을만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마추어적인 연주를 참고 들어주기에는 출연진의 면면이 너무 화려하다. 그래. 아무리 유명한 가수고 뮤지션이라고 밴드에는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도대체 잘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건 무언가?
그런 점에서 오빠밴드에서 가장 에러는 탁재훈이었다. 그래도 밴드도 해봤다고 했다. 뮤지션으로 이름값도 좀 된다. 그러나 그는 밴드를 하기보다는 예능을 했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주가 들어줄만한 것도 아니고, 오빠밴드 그 자체라고나 할까?
내가 오빠밴드를 보지 않게 된 결정적인 계기 - 김건모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로 했을 때 공연을 앞두고 사우나 하느라 늦었다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예능감이라 추켜주던데... 도대체 밴드가 공연을 앞두고 - 그것도 이제 갓 결성된 자리도 잡히지 않은 밴드가 공연이 바로 앞에 있는데 그렇게 세월아네월에 퍼지는 게 가능한가? 밴드에 애정이 있다면?
그 순간부터 오빠밴드는 밴드가 아니게 된 것이다. 최소한 내가 감정이입을 할만한 그런 밴드는 아니게 되었다. 그저 구경거리로서, 심지어 출연자조차 전혀 진지해지지 않는 그냥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그것도 연주도 그닥 들을 게 없는. 그런 걸 볼까?
아이디어는 좋았다. 정말 컨셉 자체는 좋았다. 밴드를 만든다... 원래 있던 밴드가 아닌 급조된 팀으로 음악을 통해 웃음을 준다... 그러나 전제를 잊었다. 일단은 밴드였다는.
신동엽이 그런 점에서 참 방향을 잘 잡았다 생각된다. 신동엽은 알았을 것이다. 오빠밴드가 살기 위해서는 먼저 연주실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을. 밴드가 먼저 밴드답고서야 웃음도 줄 수 있다는 것을. 밴드와는 상관없이 설치며 예능만 했던 탁재훈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 말초적인 웃음에 탁재훈에게 더 관심이 몰렸던 것이 오빠밴드의 최대 패착이었다. 이후 완전 예능이 되어 버렸으니.
천하무적야구단의 시작을 보더라도 오빠밴드가 얼마나 안이했는가가 드러난다. 천하무적야구단의 시작은 그 또한 대본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멤버를 모으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먼저 팀을 만들고 시합부터 하는 것이 아닌 - 오빠밴드는 라디오 출연이 먼저였다. - 억지 비슷하게 팀을 만들고 멤버를 끌어들이고 동전야구장에서 배팅시합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유니폼도 없이, 허술한 훈련장에서, 직접 땅을 고르고 숙소를 정비하면서,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멤버의 모습까지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그리고 지금은 그럭저럭 시합이 되는 팀이 되어 버렸다. 야구라고는 모르던 마르코도 요즘은 개인훈련을 받으며 여전히 어색하고 서툴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야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성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장을 시청자와 함께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빠밴드는?
그런 점에서 드는 생각이 예전 소녀시대 동원해서 영화제작소니 뭐니 찍을 때 차라리 소녀시대 데려다 밴드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김구라가 매니저라면 더 좋았겠지. 여자아이들을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악덕 매니저로써, 그러면서 음악에 대해 의외로 해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단 비주얼이 되고, 걸그룹이 밴드를 한다는 자체가 의외성이 있고, 밴드와는 거리가 먼 것이 걸그룹이다 보니 처음 서툴던 모습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시청자가 함께 할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공포영화제작소보다는 이쪽이 훨씬 가능성이 있었으리라.
즉 전략의 부재였고 전술의 부재였다. 천하를 통일하겠다 뜻은 높았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덜컥 옥새를 얻은 김에 황제자리부터 오르는, 덕분에 천하의 공분을 사 자멸하고 만 원술처럼. 그것을 MC탓으로만 돌리는 건 얼마나 치졸한가?
PD가 칼물고 엎어져야 한다. 작가는 칼까지는 아니더라도 석고대죄해야 한다. 멤버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탁재훈이야 컨셉을 잘못 이해했을 뿐이고. 자기가 그렇게 나댈 상황이 아님을 이해 못한 것에 불과하다. 그냥 나대며 웃기면 되는 줄 알고.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경계... 아마 최근의 트랜드일 것이다. 생계형 아이돌 카라가 그 생계형을 무기로 대중에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그대로. 구름 위의 존재였던 연예인도 이제는 땅으로 내려와 나와 함께 구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저 높이서 굽어보던가.
미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내 취향이기도 하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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