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음원 사이트 1위의 가치...

까칠부 2010. 7. 7. 08:36

스트리밍이 한 달에 3천 원이던가? 3천 원 내면 얼마를 듣든 듣는 건 무제한이다.

 

다운로드도 아마 한 달 40곡에 5천 원 할 것이다. 곡당 100원 조금 넘는 정도다. 솔직히 나는 저거 있어도 다 쓰지 못해 그냥 곡당으로 받는다. 듣지도 않을 것 그냥 다운받고 보는 취미는 내게 없다.

 

사정이 이렇다. 너무 싸다. 싸도 너무 싸다. 그냥 정히 듣고 싶은 곡 다운로드받고 어차피 남으니 몇 곡 더 다운로드받자. 굳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없이 다운로드받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부담도 없다.

 

하긴 그나마 곡당 다운로드받으려 해도 겨우 600원이다.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돈이다. 자판기 커피 두 개 뽑아 먹으면 딱 이 돈이다. 마을버스 기본으로 탈 수 있고. 아마 어딘가 흘려도 잘 찾지도 않지 않을까.

 

카세트테이프 하나에 5천 원, 6천 원. CD 한 장에는 만 원. 싱글이라는 게 없어서 노래 하나 들으려면 앨범 하나를 고스란히 사야 했다. 아니면 라디오에 나오는 것 녹음해 듣던가. 단지 화제가 되었다고, 단지 그저 듣기 좋다고 음반을 사기에는 일단 부담이 그리 가볍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덤벼도 음반을 하나 사려면 그만큼 고민이 필요했다. 그런 시절 한 장 한 장 사 모은 음반이 만들어낸 1위와 지금의 한 달 5천 원에 40곡 다운로드받는 음원이 만들어낸 1위와 과연 그 가치가 같은가.

 

더구나 어차피 음원이라는 게 그렇다. 포장을 뜯고 먼저 부클릿부터 살피며 누가 참여했는가, 음악인은 부클릿에 무어라 적어 놨는가, 마치 핸드폰 사고서 설명서부터 찾아 읽는 것처럼 설레며 읽는 재미가 있다. 손으로 만지고 또 한 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가고, 손이 닿는 곳에 언제나 그것들이 있다는 실감이 있다. 그러나 음원이란 단지 듣고 지우면 그 뿐. 그냥 듣고 지우는 거다. 인스턴트 커피와 같다.

 

나 역시 음원사이트 가면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다운로드의 경우는 말했듯 워낙 듣는 음악의 폭이 좁고 깊이가 얕아 그리 많이 다운로드받을 일이 없으므로 정액을 끊지 않았다. 그러나 스트리밍의 경우는 그냥 아무거나. 그날 순위에 올라온 것으로 대충 찍어 듣는다. 깊이 생각도 않고 음악이 어떤가도 굳이 고민하지 않는다. 대충 들어서 좋으면. 아무 노력도 댓가도 필요치 않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으니까. 그런 건 진지해지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물론 그런 것도 대중음악이다. 또한 시대가 그렇게 흐른다면 그렇게 맞춰가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의 대중음악이 그렇다면. 그러나 과연 지금에 음원 1위가 얼마나 대단한 의미가 있는가. 과거 음반이 100만 장 팔렸다면, 아니 음반판매나 혹은 방송차트에서 1위를 하거나 하면 그 노래는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렸다. 들으려 해서가 아니라 들려서 알았다. 길거리에서, 혹은 어느 카페에서, 아니면 우연히 밥먹으러 들어간 분식집에서. 그러나 지금의 1위란 과연 그렇게까지 들리고 있는가.

 

솔직히 올해 1위를 - 특히 올킬했다는 노래 가운데 지금 내가 기억하는 노래가 손으로 꼽을... 되나? 들을 기회도 별로 없고 들어도 뭔 노래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킬이다. 내가 모르는 새 어느새 한 노래가 1위를 하고, 또 내가 모르는 새 또 다른 노래가 1위 자리를 바꾼다. 겨우 들어 익숙할 때 쯤에는 벌써 한참 물이 간 뒤다. 아주 잠시, 고작 한 달 음원사이트 들러 순위를 확인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들어 본 적도 없는 1위라. 잠시 관심을 돌리고 있으면 그렇게 정신없이 자기들 멋대로 휙휙 지나가고 만다.

 

가요순위프로그램이 팬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나 음악이, 순위가 대중들로부터 유리되어 있으니. 값싸지고 가벼워진 만큼 음악이 대중으로부터 겉돈다. 특히 더 좋지도 않고 특히 더 나쁘지도 않고. 어지간하면 수용되며 변별력없는 시장을 만든다. 그리고 남는 것은 팬덤.

 

하긴 그나마 값싸게라도 다운로드받으면 별문제다. 그나마도 아까워 불법으로 공유 - 라고 쓰고 도둑질이라 읽는다. - 하는 인간들에 대해서는. 도대체 그런 주제들이 뭔 말이 많을까.

 

결국 모든 가치란 노동가치란 것이다. 노력을 기울인만큼 그만큼 가치가 생긴다. 음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즉흥적으로 말초적으로만 들으려 하면 음악도 딱 그 정도 가치다. 더 들어가지 않으면.

 

물론 나도 이제는 귀찮아 그렇게까지 전처럼 진지하게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듣는 음악이란 90년대 이전의 음악들이다. 내가 음악을 진지하게 듣던 시절의 음악들. 요즘의 음악들이야 들어 나쁘지 않거나, 이건 좀 너무 심각하거나. 그나마 아주 나쁘지 않은 음악은 없는 것 같아 듣기 괴롭지는 않다. 다행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나도 모르는 새 또 하나의 노래가 음원사이트 올킬을 했다길래 문득 적어보았다. 요즘 내가 이렇다. 음악을 아주 안 듣는 것도 아닌데 세상은 나와 상관없이 돌아간다. 어느 것인들 안 그럴까만.

 

뭐 좋기도 하다. 1위를 하는 음악인이 많아지면 그만큼 축하할 일도 많아지겠지. 기왕에 음악 하는 것 누구인들 1위를 하고 싶지 않을까. 더 많은 1위가 나올 수 있었으면. 어찌 보면 좋은 시절이기도 하겠다. 단지 지난 기억이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아주 작은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

 

그냥 푸념이다. 별 의미없는. 그 시절에는 그 시절의 방식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시간이란 그렇게 흘러간다.

'대중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힙합과 샘플링...  (0) 2010.07.14
한국 락이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이유...  (0) 2010.07.11
오렌지카라멜 - 나나, 레이나, 리지인가?  (0) 2010.07.05
CNBLUE - LOVE  (0) 2010.07.05
Miss A - BGGG...  (0) 20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