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힙합과 샘플링...

까칠부 2010. 7. 14. 14:44

아마 1970년대 말이었을 것이다. 뉴욕의 어느 클럽에서 주인장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개발했다. 턴테이블을 돌리는 사이 입으로 비트를 넣으며 흥을 돋우는 것이었다. 요즘 말하는 비트박스라 보면 되겠다.

 

"힙! 합! 힙! 합!"

 

그래서 힙합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비트이던 것이 구체적인 가사가 되고, 여기에 라임이 더해지고, 플로우가 더해지고, 메시지가 더해지면서 어느새 하나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MC해머가 나타나며 힙합은 대중적인 장르로써 메인스트림으로 편입되었다.

 

원래 시작이 그랬다. 가난한 흑인들이 악기조차 없이 LP와 카세트테이프에 의존해 기존의 음악에 자기만의 비트와 가사를 더하기 시작한 것이 힙합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힙합은 가사다. 멜로디며 사운드는 다른 데서 차용한 것이기에 라임과 플로우가 살아 있는 멋진 가사의 랩이야 말로 힙합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부분이 원래의 힙합 그 부분이었다.

 

내가 힙합을 안 듣는 이유다. 안 듣기보다는 조금 성가시다. 워낙에 가사를 듣지 않고 음악을 듣다 보니. 뭐라 떠들어대기는 하는데 사운드에 가려 잘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랩퍼들 특유의 발음 뭉개기가 있어서 더 들리지 않고. 가사가 들리지 않는데 그것을 힙합이라 할 수 있겠나.

 

아무튼 그래서 아직도 힙합씬 안에는 두 가지 조류가 있다. 하나는 힙합이란 원래 기존의 음악에 빚을 지며 시작한 음악이다. 따라서 샘플링은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하나는 힙합 또한 음악이며 따라서 샘플링에 대해서 또한 다른 주류음악들처럼 엄격해야 한다. 그렇다고 샘플링 자체를 금지하자는 건 아니고 샘플링 하려면 돈 내고 저작권 달고서 써라.

 

얼마전 한 힙합팀의 표절 문제로 원작자로 추정되는 해외 팀에게 문의를 보내자 당사자들은 정작,

 

"거, 괜찮군."

 

유쾌하게 반응했더라는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워낙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힙합에 있어 불모지이다 보니 약간은 인디힙합씬처럼 여기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있고.

 

바로 그런 문제로 힙합씬에서의 표절문제란 참 모호한 부분이 있다. 과연 이것이 표절인가. 아닌가. 그것을 입증하자면 당사자의 반응이 딸려와야 한다. 원작자가 나서서,

 

"이것 표절이다!"

 

그러면 그때서야 표절이 된다. 원작자가 괜찮다 하면 표절이 아니다. 그 전까지는 단지 의혹일 뿐.

 

아무튼 덕분에 우리나라 힙합씬도 그렇게 표절논란이 많은데. 샘플링이야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저작권까지 어떻게 클리어할 것인가. 엄밀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지만 이 또한 이제까지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샘플링에 대한 입장차이가 그렇게 크다. 단정해 말하기 애매할 정도로.

 

그래서 힙합에 대한 표절논란에서 - 아니 모든 표절논란에 대해 나의 경우 원작자에게 음원을 보내 의견을 묻는 것을 권하고 있다. 원작자의 홈페이지나 아니면 매니지먼트사나 음반회사 등에 음원을 보내고 그 입장을 듣는 것이다. 실제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표절이면 꼼짝없는 거겠지.

 

단지 비슷하니까 의혹이 있고, 의혹이 있으니 표절이라... 글쎄... 그렇게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거다. 표절부터가 원작자와 도작자 사이의 저작권을 둔 개인적인 문제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