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의 전형성 - 역시 체험 삶의 현장 PD라고나 할까?

까칠부 2010. 7. 10. 08:02

내가 TV에 군대 어쩌고 나오면 짜증부터 팍 나는 이유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너무 뻔하다. 기왕에 다른 프로그램이고, 다른 포맷이고, 다른 컨셉이면, 출연자까지 다르다면 군대에 대해 어느 정도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도 좋을 텐데 항상 하는 게 똑같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군대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그렇게 거북스럽다. 특히 군필자들의 군에 대한 인상 자체가 그렇게 완고하기 이를 데 없어서 더욱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렇다 보니 방송에서도 군을 다룰 때 여러가지로 조심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나와봐야 별 재미가 없다.

 

어제도 그랬다. 청춘불패. 예상했다. 또 그렇겠거니. 왜냐면 지난 겨울 군인들과 어울리면서 보인 모습들이 있었거든.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또냐?"

 

절로 그 소리 나온다. 그리고 딴 짓. TV틀러놓고, 인터넷 돌아다니고, 핸드폰으로 동영상 보고, 소설도 읽고, 고양이랑도 잠시 놀고, 비빔면도 하나 해 먹었다. 굳이 볼 것도 없이 뻔한 스테레오 타입. 내가 군대를 안 갔다면 그것도 신기해하며 보았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동안에도 그랬었다. 뭐랄까 전형적? 아니 그보다는 평면적이라는 게 옳을 것이다. 이런 소재니까 이렇겠거니. 이런 주제니까 이렇겠거니.

 

물론 어차피 소재에 따라 나올 수 있는 내용이란 한계가 있음을 안다. 그러나 그것을 전하는 방식에서, 시청자들에 전달하는 방식에서 조금 더 청춘불패만의 독창성이나 개성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가. 지금까지 드러난 청춘불패만의 개성이란 아이돌. 하긴 그것만도 대단하다. 아이돌의 농촌체험기. 그러나 그 이상이 있던가.

 

항상 보면 소재면 소재 주제면 주제 틀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아마 그것은 출연자들의 일천한 예능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출연자들이 조금 날뛰어주어야 틀을 바꿔보고 할 텐데, 아이돌이다 보니 너무 소극적이어서. 그러나 그렇다면 제작진이 나서주어야겠지. 그런에 안 하잖는가?

 

과연 그러면 그동안 군대 소재의 예능이란 다 재미없었는가? 또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군대도 얼마든지 재미있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군대조차도 예능의 소재로 쓸 수 있는 과감함과 독창성이다. 어떻게 군대라는 소재를 살릴 수 있는가. 그런데 없잖은가? 어제부터가.

 

방법은 많았을 것이다. 걸그룹 멤버들을 지휘관삼아서 휴가증 걸고 대결을 시킨다거나, 위문공연에서도 단순히 걸그룹만 나와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대부분은 팀을 이루고 있으니 역시 병사들 가운데 뽑아서 팀을 이루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한다던가. 걸그룹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을 텐데도 역시나 그냥 단순히 군대가 나왔다고 끝나고 말았다는 건... 탱크 나와서 뻐뻐뻥하는 건 예전에도 많이 했었다. 단순히 걸그룹 태우고 달리는 것 보며 감동하기엔 너무 그렇지 않은가.

 

어쨌거나 내가 그동안 청춘불패를 보면서 느껴오던 불만이 무엇이었던가 손에 잡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불만은 많은데 그게 뭔가는 확실치 않았었거든. 결국 지금까지 해 오던 소리를 모두 종합하면 한 가지. 너무 평면적이다. 너무 뻔하다. 그런데 뻔할 수 없는 아이돌 데리고 그러고 있으니 짜증날 밖에.

 

청춘불패 PD는 하던대로 체험 삶의 현장이나 교양프로그램이나 만드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아니다. 리얼리티란 단순히 그냥 방치해서 리얼리티가 아니다. MC라도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능력이 있어서 내버려두어도 상관없으면 모를까 MC라 할만한 멤버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 제작진마저 손을 놓아 버리면. 분량이 안 나오는게 일만 해서도 아니고, 멤버들의 예능감이 떨어져서만도 아니다. 분량이 나올만한 상황 자체를 - 판 자체를 제작진이 만들어주지 못해서다. 분명.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춘불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작진이 아닌가. 김신영도 사실 MC가 아니라 단순한 출연자이고 멤버였다면 나 또한 부담없이 웃고 있었겠지. 김신영에게 MC란 너무 무거운 짐이다. 김태우도 마찬가지. 노주현이 무슨 MC인가.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여튼 욕하느라 보는 취미는 없는데 말이지. 몇 번 더 보고 그때 결정해야겠다. 다시 보기 시작하는 게 아니었다. 한 번 보고 끝내기에는... 역시 욕하면서도 미운 정이 든 것일까? 아이돌도 좋지만 예능스러운 재미도 바란다. 청춘불패만의 개성을. 재미를. 너무 큰 기대일지는 몰라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