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리얼하기로는 이종격투기일 것이다. 리얼이고 뭐고 없이 이종격투기는 진짜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보는 재미가 있기로는 역시 프로레슬링이다. 일단 동작이 크고 화려하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쇼다.
말 그대로다. 프로레슬링은 쇼다. 스포츠라기보다는 스포츠를 내세운 엔터테인먼트다. 파이터들간의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관객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 철저히 객체지향적인 엔터테인먼트라 하겠다. 그래서 정작 관객이 보기에 보는 재미로는 역시 프로레슬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쇼라고 허투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교하게 계산된 합과 그를 수행하기 위한 엄격하고도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단순히 쇼라고 하지만 상대를 때리고 맞고, 넘어지고 넘어뜨리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산되어 혹독한 훈련에 의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비슷하게... 연기만 하려 해서는 리얼리티가 나오지 않는다. 그건 그야말로 쇼다.
프로레슬링이야 말로 리얼버라이어티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 게 그런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이종격투기가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철저히 객체지향적인 엔터테인먼트다. 어떻게 하면 관객에 - 아니 시청자들에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그를 위해 수도 없이 멘트를 던지고 몸을 굴리고, 당장 이번주 정준하만 하더라도 얼마를 맞고 얼마를 바닥을 굴렀던가. 바닥에만도 몇 번이나 머리를 부딛히고 있었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역시 이윤석이 거의 목숨을 걸고 마라톤을 완주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다쳐 드럼 스틱도 제대로 쥐지 못하면서 밴드를 하고 있었다.
프로라는 거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몸을 내던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몸을 내던지는 건 아무라도 할 수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그럴싸하게 프로레슬링을 흉내는 낼 수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 멤버들이 하지 못하는 것. 그것은 자기를 보호하는 것인 동시에 관객에게 최대한 보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리액션이다. 낙법을 포함헤 자신의 몸은 보호하면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리얼버라이어티도 결국은 리액션이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왜 최고인가. 그들의 리액션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째서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최고의 리얼버라이어티를 다투는가. 물고 물리며 끝없이 이어지는 리액션을 보면 알 수 있다. 남자의 자격 역시 한 번 미끼가 던져지면 리액션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시너지를 일으킨다. 물론 액션이 좋아야 리액션도 있는 것이겠지만 때로는 리액션만으로도 얼마든지 그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프로레슬링의 링 위에는 그리고 드라마가 있다. 요즘은 잘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원래 프로레슬링이란 단순히 한 사람의 파이터와 파이터가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악역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숙명의 라이벌이 되기도 하며 링 위에서 벌어지는 한 바탕의 쇼에 보다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캐릭터다. 관계다. 그리고 사건이다.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도 그저 맡겨놓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이야기가 있다. 상황극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레 오가는 말과 행동들 속에 일관된 선이 그려지며 마침내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 쯤에서는 분명 이렇게 행동할 거야. 그리고 그러한 기대에 대해 개연성 있고 호응하거나 혹은 배반하거나 함으로써 한결 재미를 높이고.
어제의 무한도전이 쩌리짱 정준하의 스페셜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먼저 박명수가 정준하에게 쩌리짱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이 있었다. 그에 대해 정준하는 검색어 1위까지 한 것을 으스대고 있으며 모두가 그런 정준하를 부러워한다. 자신감이 넘치는 정준하의 모습에 작은 것 하나도 감탄하고 쩌리짱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준하의 액션과 리액션들. 과연 전진에게 그랬던 것처럼 리액션들이 썰렁했다면 정준하는 그렇게 웃길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정준하 스페셜 그대로.
손스타와 그의 후배와의 시합 역시 그 후배가 적절히 손스타의 액션에 반응함으로써 시합을 살린 것이었다. 넘기면 넘어가주고, 치면 쓰러져주고, 최대한 화려하게, 그러면서도 실감나게, 아마 정식 시합이었다면 손스타와 그 후배는 어던 이야기를 만들며 링 위에 오르고 싸웠겠지.
한 가지 확인한 것은 전진은 단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웃음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런 거야 익숙해지고 나면 관계 속에 얼마든지 웃음을 만들 수 있다. 그보다는 무엇을 하더라도 몸으로 하는 것은 훌륭히 소화해내는 재능은 몸으로 때우는 미션이 많은 무한도전에서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멤버들도 어느새 30대 이상이 되어 버린 지금에 몸으로 때우기에 버거운 미션이라면 더 힘을 발휘할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기점이 된다면 그를 통해 사건을 만들고 이야기를 키워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지금은 군대... 과연 제대하고 연예계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여튼 내내 웃음을 놓지 못하고 봤다. 특히 노홍철의 개발질에는. 정준하와 정형돈, 박명수도 만만치 않은 개발이지만 노홍철은 거의 나와 견줄만한 개발이었다. 저렇게까지 못할 수 있는가. 웃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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